‘사상최고 금값’에…골드뱅킹 개설 6주만에 5426좌 급증

KB국민·신한·우리銀 잔액 419억↑
“금 투자 수요 당분간 계속 확대”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의 골드뱅킹(금 통장) 개설도 약 6주 만에 5000좌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에 따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금 투자 수요는 당분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 통장을 취급하는 시중은행 3곳(KB국민·신한·우리)의 지난 10일 기준 계좌 수는 27만7551좌로 약 6주 전인 지난해 12월 말(27만2125좌) 대비 5426좌 증가했다. 올해 1월 말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보다 2만5219좌 많아졌다.

금 통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설이 급격히 늘었는데 최근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2023년 연간 계좌 개설량이 6000만좌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올해는 6주여 만에 근접한 실적을 거둔 것이다.

3개 은행의 금 통장 잔액(10일 기준)도 7205억원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2월 말보다 419억원, 지난해 1월 말보다는 1479억원 늘어난 수치다.

금 통장은 돈을 입금하면 국제 금 시세와 원/달러 환율을 적용해 금으로 환산·적립해 주는 상품이다. 0.01g 단위로 소액 투자가 가능하며 현금으로 출금하거나 금 현물로 받을 수 있다. 다만 투자상품으로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은행 예금처럼 금 현물에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골드뱅킹 수요가 늘어난 것은 금값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금 가격은 지난해 불안한 국제 정세와 미국 연방준비제도 주도의 통화정책 긴축 종료 기대감 등으로 상승세를 보여 왔는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제 통상 질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더욱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중국 등 각국 중앙은행이 금을 사들이고 있는 점도 금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 1㎏ 현물의 1g당 가격은 지난 12일 기준 15만8870원으로 집계됐다. 전날인 11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인 15만9410원 대비 소폭 내렸지만 올해 1월 초(12만8790원)와 비교해 23.4% 급등한 수치다.

은행에서는 골드바 판매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골드바 판매액은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 242억7017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9억6326만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지난달 같은 기간(124억2380만원)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금 품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지난 10일부터 금 원자재 수급 문제로 골드바 판매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금융권은 금 투자 수요 확대 움직임이 계속될 것으로 예측한다. 환율과 증시 변동성이 여전히 큰 데다 대내적으로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예·적금 금리 하향 흐름도 뚜렷해서다. 금 가격 상승 흐름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은 현재 온스(28.3g)당 2000달러대 중반인 금 가격이 올해 3000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값이 이미 많이 올랐지만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골드뱅킹을 포함해 금 관련 투자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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