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는 우리 엄마 걱정되네” 카드 배송원 함부로 문 열어주지 마세요

카드배송원 위장해 가짜 콜센터로 전화 유도
금감원, 소비자경보 ‘주의’→‘경고’ 상향 발령
80%가 여성, 강남 3구 서울 전체 피해액 약 30%


최근 카드 배송으로 위장한 보이스피싱 수법에 속아 피해를 보는 고령층 사례가 잇따른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지난해 9월 249억원에서 같은 해 12월 610억원으로 불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최근 가짜 카드 배송을 내세운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 수법에 속아 피해를 보는 고령층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소비자 경보 등급을 ‘주의’에서 ‘경고’로 상향 조정하고, 금융 소비자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13일 소비자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고’ 단계로 높이면서 지난해 하반기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지난해 9월 249억원에서 10월 453억원, 11월 614억원, 12월 610억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금감원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카드배송으로 소비자를 속이는 보이스피싱 사기가 주를 이뤘다. 고액 피해자의 약 80%가 여성이고, 특히 60대 여성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서울의 경우 강남 3구의 피해액이 서울 전체 피해액의 약 30%를 차지했다.

사기범들은 과거 카드배송 미끼문자를 발송했지만, 문자차단 대책 등이 시행됨에 따라 배송원으로 속여 전화하거나 위조된 실물카드를 직접 배송하러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범행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신청하지 않은 카드가 발급되었다고 피해자가 오인하게 만들어 카드사 고객센터로 위장한 사기범들의 연락처로 전화하게 유도한다.

또한 피해자가 가짜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면, 사기범들은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명의가 도용되었다고 속인 뒤, 보안 점검·악성 애플리케이션 검사·사고 접수 등을 이유로 특정 앱 설치를 유도한다. 앱은 공식 앱스토어에 등록된 원격 제어 앱으로, 사기범이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한다. 악성앱 설치 시엔 공식 번호로 전화해도 사기범들에게 연결되기 때문에 의심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검찰·금감원을 사칭하는 사기도 더욱 고도화하고 있다. 검찰로 속인 사기범이 피해자에게 ‘연루된 사기 범죄로 인해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으며,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며 협박한다. 이후 금감원 직원으로 속인 또 다른 사기범이 ‘약식 수사 절차를 통해 해결을 도울 수 있다’며 접근해 피해자와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심리를 지배하는 방식이다.

사기범이 피해자에게 직접 자금을 이체하도록 유도하는 수법도 등장했다. 사기범들은 금융회사의 본인확인, 거래목적확인 등 문진에 대비해 자금 사용처 등 답변을 사전에 교육하고, 금융회사·통신사·경찰까지 범죄에 연루돼 있다고 속여 주변의 도움을 무력화하기도 한다.

이에 금감원은 ▷본인이 신청하지 않은 카드배송 연락을 받은 경우 카드사에 직접 확인 ▷카드사 등 금융회사와 공공기관은 앱 설치 유도 없음 ▷금감원·검찰 등 국가기관은 절대 직접 자금이체 요구하지 않음 ▷통신사의 AI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는 등의 주의사항을 안내했다.

금감원은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관계부처와 긴밀히 공조하고, 보이스피싱의 근원적 차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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