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베일리 가고 청담르엘 온다” 풀려난 잠·삼·대·청, 집값이 뛰기 시작했다[부동산360]

서울시 12일 토지거래해제구역 해제
잠·삼·대·청 “해제된 것 맞냐” 전화 불나
인근 중개업소 “호가 더 올릴 것”


서울시가 5년여 만에 잠실·삼성·대치·청담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한 12일 강남구 대치동의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 전경. 홍승희 기자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오늘 (대책 나오자마자) ‘풀린 거 맞죠?’라고 묻는 확인 전화가 몇 통씩 왔어요. 이제 매물이 나오면 호가를 3억원씩 올릴 겁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A공인중개업소)

“청담 르엘 입주권은 저층이 좀 나와있는데, 입주 시작하면 규제가 풀린 영향이 본격화될 거에요. 반포 신축 몸값을 따라갈 겁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B공인중개업소)

서울시가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 단지 291곳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한 12일 해당 지역 공인중개업소에는 전화벨이 끊이지 않았다. 4년8개월 만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된 데 따른 가격 상승 기대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래대팰 전세만 줘도 또다른 고가 아파트 살 수 있어” …갭 투자 수요 뜨겁다


서울시는 이날 제2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4개동 305단지 중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동 주공5단지 등 재건축 아파트 14곳을 제외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해제된 곳은 실거주 2년 의무가 사라지면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가능해졌다.

시장은 단박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날 찾은 은마아파트 옆 준공 10년차 준신축 래미안대치팰리스(래매팰)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밀려드는 문의에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수·매도 문의가 이어진 것이다.

서울시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대치동에서 가장 새 아파트인 래대팰은 고소득 맞벌이 부부가 가장 살고싶어하는 곳 중 하나다. 학원가와 바로 인접해있어 도보로 이동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치동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떨어질 일이 없어 매물이 잘 안나온다”면서 “래대팰 전세를 주고 경기도 용인 신축 아파트를 매입해 사는 집주인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임대차 소득도 쏠쏠해 갭투자 수요가 몰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래대팰은 가장 세대수가 많은 전용 94㎡ 전세가 22억5000만원에 갱신됐고, 월세는 15억·280만원에 재계약됐다. 사실상 전세를 놓으면 고가 아파트를 한 채 살 수 있는 수준의 보증금이 나오고, 월세를 주면 다달이 최소 300만원씩 생활비를 벌 수 있다.

이른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가 풀린 1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학원가 전경. 홍승희 기자


“강남 집주인은 급하지 않아 호가 더 올린다” 반포 수준 상승 전망


시장에선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확신했다. 래대팰 인근 D중개업소 관계자는 “물건이 쌓이고 적체돼야 값이 내리는데 이곳은 매물이 씨가 말랐다”며 “한 채가 나오면 바로 팔리고, 다른 집주인들이 값을 더 올려 내놓는 식이라 40억에 팔리던 34평짜리가 41억, 43억원씩 불리면서 가격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삼성동도 매수자 문의가 이어졌다. 잠·삼·대·청중 그나마 가장 저평가돼있는 삼성동에선 투자 대기 수요가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매수 문의가 이어졌다.

남혁우 우리은행WM영업전략부 연구원은 “삼성동 집값은 그동안 눌려있던 탓에 도곡동보다도 싸게 형성돼있다”며 “전용면적 34평도 잠실과 비슷한 수준인데, 토허제가 해제되면서 원래 순번으로 키를 다시 맞춰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올해 11월 입주 예정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청담르엘’ 단지 공사현장.[네이버지도 거리뷰 갈무리]


원조 부촌 청담동은 아직 입주하지 않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미 부촌으로 자리잡은 반포의 집값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자산관리 전문가는 “청담자이가 아직 국평 기준 35억원 수준인 상황”이라며 “반포 래미안원베일리에서 중형평수 수요가 청담동으로 옮겨가 80~90% 수준까지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 11월 입주를 앞둔 ‘신축’ 청담르엘 인근은 기대감이 더 크다. 근처 E공인중개업소는 “매도자가 궁해야 양도세를 감소하고서라도 팔텐데 청담 르엘 매물 자체가 없다”면서 “입주를 시작하면 다시 한번 가격이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재건축 제외, 새 아파트 집값만 올리나


서울 서초구 반포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 [연합]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토허제 해제가 ‘신축 아파트의 집값에만 불을 붙여준 꼴’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애초 투기 수요를 잠재우기 위해 재개된 토허제가 본래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다시 신축 아파트에만 거래 자유를 주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우 인베이트투자자문 대표는 “반포는 갭투자가 가능해 가격이 계속 올랐던 것”이라며 “삼성, 청담동도 멈춰있던 집값이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일관성 없는 정책이 신축 아파트 집값에 불을 붙여준 꼴”이라고 분석했다.

남혁우 연구원 역시 “갭 매우기와 같은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신축아파트의 값이 상승하면 재건축 단지가 그 가격을 따라가고, 양극화의 악순환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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