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미래 폭력 행동까지 예측할 순 없어” 의협, 대전 초등 살해 사건 의사 책임론 차단

의협 “이 사건은 정신질환 아닌 피의자 개인 문제”
“우울증 환자의 중범죄율 일반인과 차이 없어”


대전 초등학생 살해 교사 A씨가 범행 당일인 지난 10일 점심 때 학교에서 2km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마트를 향해 걷고 있다. [TV조선 갈무리]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8세 여아를 살해한 48세 교사 명모씨가 정신 질환 문제로 휴직을 했다가 조기 복직하며 학교에 제출한 의사 소견서를 두고 ‘부실 진단’ 논란이 일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13일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당시 가해 교사 명씨에게 진단서를 발급해 준 병원은 대전 서구에 있는 을지대병원이다. 명씨를 진료한 의사는 지난해 12월 “본 “본 정신과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음. 지난해 9월 중순부터 급격히 악화해 현재까지 심한 우울감, 무기력감에 시달리고 있어 최소 6개월 정도 안정 가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서를 써줬다. 이에 명씨는 6개월간의 휴직계를 냈으나 20여일 후 학교 측에 진단서를 제출하고 복직 신청을 했다. 이 때 진단서에는 “9월 중순부터 급격히 악화했고 12월 초까지만 해도 잔여 증상이 심했으나, 이후 증상이 거의 사라져 정상 근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전 초등학생 살해 교사 A씨가 범행 당일인 지난 10일 점심 때 학교에서 2km 떨어진 마트에 들린 뒤 차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한 손에 검은 비닐 봉지가 들려 있다. [TV조선 갈무리]


‘정상 근무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 의사 소견과 달리 명씨는 이달 교내 컴퓨터를 부수고 동료 교사에게 폭행을 가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다. 급기야 지난 10일 돌봄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김하늘(8)양을 유인, 흉기를 휘둘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의협은 이 날 낸 입장문에서 “피의자인 교사의 범행 원인과 동기 등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우울증이 이 사건의 원인이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소견서를 부실하게 작성해 이번 사건을 사실상 방임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의협은 “정신건강의학과는 정신질환자를 진단하거나 치료할 때 신체적인 증상만 고려하는 것이 아닌, 주변환경이나 대인관계 등 외부적인 요소 또한 고려해야 하기에 매우 신중히 접근하고 있으며, 소견서 작성 시에도 환자의 증상과 경중을 매우 꼼꼼히 따져 작성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신과 의사가 미래의 폭력행동에 대해 완전한 신뢰성을 가지는 예측을 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가해자의 범행동기와 병력이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자가 우울증 환자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전문의가 소견서를 부실하게 작성해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또한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많은 연구에서 질환이 없는 사람과 비교해 중범죄율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보고돼 있다”며 “이번 사건은 정신질환으로 인해 촉발된 사건이 아닌 피의자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범행을 저질렀으니 우울증이 원인’이라는 단편적인 인과관계로 판단해선 안된다”며 “이러한 논리는 우울증 환자에 대한 반감과 차별을 심화시키는 등 부정적 낙인 효과로 이어지고 환자들의 치료를 저해해 한국의 정신 건강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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