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의무’ 그대로 유지
주민들 “가격 때문에 갭투자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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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빨리 팔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야 한다는 손님이 구역 해제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에 ‘너무 화가난다’며 전화가 왔어요. 주변은 전부 풀어주고 재건축 아파트만 남겼다는게 ‘명확한 근거와 원칙이 없다’는 거죠.”(은마아파트 공인중개사무소)
서울시가 잠실 마이스(MICE)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 구역 주변에 묶어놨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다고 발표하자 구역 해제에서 제외된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기대도 안했던 과거보다 더 화가 난다. 상대적 박탈감이 심하다”며 반발했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전날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동·대치동·청담동 등에 지정됐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 이로써 4개 동 내 305개 아파트 중 291개가 해제됐다.
하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아파트 14곳은 투기 과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토허제 지정이 유지됐다. 여기에는 강남을 대표하는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미도, 잠실동 주공5단지·아시아선수촌·우성1.2.3차 등이 포함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는 대지면적 6㎡의 주택을 취득하려면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최소 2년 이상 실거주를 해야 한다. 또 주택 매수자의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이거나, 1년 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모두 팔아야 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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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소유한 A씨는 “당장 아파트를 팔 생각은 없지만 토허제로 묶여 재산이 저평가 받고 있다는 사실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토허제 전만해도 반포동 보다 대치동이 더 비쌌다”면서 “근방을 전부 풀어주면서 안전진단을 기준으로 토허제 해제를 나눈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미 토허제가 집값을 내리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증명됐는데도 서울시가 과도한 규제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발표한 ‘서울시 토지거래허가제도 운영 효과 분석’에 따르면 국제교류복합지구 일대 집값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직후 약 9.5% 하락했지만, 시행 2년 이후부터는 상승 전환해 약 4%의 상승률을 보였다.
잠실 주공5단지 한 공인중개사도 “전용 82㎡에 갭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지난달 거래된 최고가 34억7500만원에서 평균 전세가격 6억원을 뺀 약 29억원에 취득세까지 더하면 30억원의 현금이 필요하다”면서 “재건축 아파트들의 경우 전세가격이 워낙 낮아 갭투자가 쉽지 않다. 30억짜리 갭투자가 어딨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토허제에 묶인 이후로 매매 중개는 거의 못하고 전세 매물들만 소화하고 있다”면서 “토허제 해제를 다시 기약할 수 없으니 사무실을 옮겨야 하는가도 고민중”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부동산들은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해제를 기대하고 거둬들였던 매물들이 해제 제외 소식에 한동안 쏟아질 것으로도 내다봤다.
잠실동 잠실우성1·2·3차 앞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당초 3~4개가 있었던 전용 84㎡ 매물이 오 시장이 토허제 해지를 언급하자 전부 ‘보류’로 입장을 바꾸거나 호가를 1~2억 높였다”면서 “(상황이 바뀌면서) 좀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을 것을 기대했던 집주인들이 ‘실망 매물’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단기간은 매물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매도인 우위 시장이었던 것이 매수인 우위시장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재건축 아파트들의 가격 안정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게 지역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