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수출, ‘트럼프 1기’때보다 기계 70%·車부품 40% 늘었는데…

삼성전자 등 미국현지 공장 급증
2018년 트럼프 1기보다 호실적

일반기계·차부품, 중소 중견기업
트럼프 원하는 현지 공장 힘들어
수출 감소땐 일자리에도 악영향



일반기계와 자동차부품의 미국 수출이 최근 몇 년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이 미국 현지 공장을 늘리면서다. 국내 기업의 미국 의존도가 크게 상승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들 품목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트럼프 1기 때인 1차 관세전쟁(2018~2020년) 때보다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일반기계·자동차부품 기업이 수출 감소는 물론이고 존폐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연도별 대미 일반기계 수출액은 트럼프 1기 행정부당시인 2018년에는 88억달러에 불과했으나 2021년부터 100억달러를 돌파한 후 2022년 116억달러, 2023년 146억달러, 지난해 151억달러로 급증했다. 트럼프 1기 대미 70% 가량 증가했다. 국내 기업의 미국 현지 공장 설립 등으로 관련 기계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산업부는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이며, 인근 테일러에 370억달러(약 53조6700억원)를 투자해 신규 공장도 건설 중이다. LG전자는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연산 180만대 규모 세탁기·건조기 공장을 두고 있다.

연도별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도 2018년에는 59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82억달러로 급증하며 주요 대미 수출 품목으로 등극했다. 이 중 70%가 미국 현지 현대차 공장의 부품으로 사용됐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나머지 20%는 포드 등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에서 사용하고 10%는 AS부품으로 활용된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이후 현재까지 178억5000만달러(약 26조 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를 진행 중이다. 전기차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및 배터리 합작공장에 투자하는 한편, 로보틱스·자율주행·미래항공모빌리티(AAM)·AI 등 미래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자동차 부품은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다. 그 전에는 한국이 8%, 미국이 2.5%의 관세를 각각 부과했지만 FTA 발효 직후 철폐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미국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은 8.2%로 멕시코산(41.9%), 캐나다산(24.7%)에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자동차 부품에 10~20%의 관세가 매겨지면, 수출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관련 일자리도 수만개 사라질 수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2023년 자동차 부품산업 실태조사’ 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업체는 1만5239개사로 완성차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952개사)→2차 협력사(2577개사)→3차 협력사(9536개사) 등 피라미드 형태의 도급단계로 구성돼 있다. 미국 관세 부과로 관련 일자리가 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일반기계와 자동차 부품 회사는 중소·중견기업이 대부분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미국 공장 설립이 힘들다는 점에서 존폐 위기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일반기계, 자동차부품 회사의 경우, 중소중견기업이 대부분으로 트럼프가 원하는 현지 공장 설립이 힘들다”면서 “결국 관련 품목의 수출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기계와 자동차부품 관련 일자리 감소를 물론 국내 소재부품산업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국내산업이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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