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쇼크에 미국 금리인하 기대마저 불투명…깊어지는 한은의 고민

페드워치 도구 내 美 금리 동결 가능성 97.5%
상반기 내내 금리 인하 없단 확률도 60% 상회
물가 쇼크에 인하 중단…파월 “당분간 긴축”
국내 내수 위기 극복 위해 금리 인하 급한데
깊어진 한은 금통위 고민…고환율 부담 커져


1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3.0%나 상승하면서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사라지고, 동시에 우리나라 통화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사진은 1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연방 상원 청문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AP]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미국 소비자물가가 깜짝 상승하면서 미국 기준금리 인하를 둘러싼 일말의 기대감조차 사라졌다. 선물시장에선 오는 3월 동결 가능성을 97.5%로 예측했고, 상반기 내내 인하가 없단 전망도 60%를 웃돌았다. 미국 금리 인하가 당분간 멈춘단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아진 것이다.

미국 통화당국이 긴축적 움직임을 보이면서 고환율이 안정될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중장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내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저울질했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도 더 깊어졌다.

13일 오전 9시경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3월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할 확률을 97.5%로 보고 있다. 1개월 전만 하더라도 0.25%포인트 인하 확률이 23.8%는 됐었는데, 현재 2.5%로 급감했다.

지난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에너지 가격 강세에 ‘깜짝 상승’을 나타내며 7개월 만에 다시 3%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까지 나서 “물가 목표에 근접했지만 도달하진 못했다”며 “우리는 당분간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 중단 신호를 꽤 강하게 암시한 셈이다.

이에 미국 기준금리는 적어도 상반기 내내 동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페드워치 상에는 6월에도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이 66.2%나 반영됐다. 1개월 전만 해도 이 확률은 44.6%에 불과했다. 시장은 미국이 하반기에나 한차례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 10곳 중 5곳도 미 연준의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1회 이하로 전망했다.

채권시장도 금리 인하 속도 둔화를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0bp(bp=0.01%포인트) 급등한 4.63%로 나타났다. 지난달 12일 이후 가장 높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도 4.36%로 7.50bp 올랐다.

한국과 미국 금리 추이


미국이 ‘통화가치 절하(금리 인하)’를 택하지 않으면서 달러 가치는 한동안 지금처럼 강한 상태를 유지하게 될 공산이 더 커졌다. 환율이 자연적으로 내려가지 않는단 의미다. 내수 진작과 환율 안정 사이 딜레마에 빠진 통화당국의 고민이 더 깊어지게 된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 기준금리(3.00%)는 미국보다 이미 1.50%포인트나 낮다. 여기서 한은 금통위가 홀로 금리를 내리게 되면 한미 금리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되고, 환율 상승과 자본 유출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와 관련 지난 6일 외신 인터뷰에서 오는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와 관련 “외환시장 상황이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금통위원들은)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면 기름을 붓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달 금리 인하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환율은 1450원대로 다시 올라선 뒤 좀처럼 내려오고 있지 않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원 내린 1452.1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환율은 주간거래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지난 10일(1451.20원) 1450원대로 다시 올라선 뒤 3일 연속 이를 유지했다.

다만, 그럼에도 시장에선 일단 내수를 살리기 위해 2월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상황을 보고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건설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급격하게 침체한 상황에서 금리마저 내리지 않으면 자칫 경제를 살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수 있단 이유가 근거가 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창용 총재의 발언에 대해 “매파적이기보다는 원론적 성격의 언급으로 판단한다”며 “1% 중반대를 전망하는 한국 경제가 기준금리 인하 폭을 제한한 상황에서 추경 만으로 2%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경제의 대내적 요인과 더불어 트럼프 관세라는 외부 요인까지 경제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2월 인하 및 연내 2.25% 전망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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