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종전 급물살…K-건기·석화·인프라 ‘날개’

트럼프, ‘우크라 종전’ 중재 본격 나서
종전 이후 현지 재건 사업 개화 기대감
‘1위’ 韓건설기계, 시장 확대 탄력 전망
석유화학, 중국발 공급 과잉 해소 여지
‘호황’ 전력 인프라 업계도 새로운 호재


2022년 미국 테네시주 샘버그 지역 피해 복구작업에 투입된 HD현대건설기계의 21톤(t) 굴착기 모습. [HD현대 제공]


[헤럴드경제=고은결·한영대 기자] 4년째 계속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논의가 급물살을 탄 가운데 국내 기업들에게는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막대한 규모의 재건 사업에 필수적인 건설기계, 석유화학, 전력인프라 업체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다. 이중 중국발 공급과잉에 실적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석유화학사들에게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1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종전 협상 시작에 합의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평화를 이루길 원한다”는 발언을 끌어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14일 열리는 뮌헨 안보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협상 중재 노력이 급물살을 타며 종전 이후 재건 사업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전쟁 종식 후 우크라이나 복구·재건 비용은 2033년까지 총 4862억달러(약 71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데, 최근 부진에 빠진 국내 중후장대 산업 중에서는 건설기계·석유화학 등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건산업은 국가와 기업이 뭉친 ‘원팀’ 단위 진출이 유리한 만큼 개별 기업 차원에서 섣불리 기대하기는 힘든 문제”라면서도 “우크라이나 현지 민관도 인프라·건설 등 재건이 중대한 사안인 만큼 (한국 기업 등과) 사전 협력에 속도를 내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韓업체가 현지 1위…재건 본격 탄력 기대감


우선 재건 사업이 본격화되면 국내 건설기계업체의 진출 확대가 기대된다. 앞서 건설기계 산업은 지난해 경기 불황과 고금리로 인프라 투자가 줄어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국내 업체가 우크라이나 시장에서 20여년간 공들여온만큼 재건 시장에서 우위에 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HD현대 그룹의 건설기계 중간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에 따르면, 산하에 있는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 양사는 지난 2004년부터 현지에서 굴착기(크롤러·휠), 휠로더, 백호로더 등 다양한 제품군을 판매해왔다. 특히 양사는 전쟁 전에 우크라 시장 내 점유율이 약 30%로 1위였다. 회사 관계자는 “우수한 품질, 서비스 대응력 및 현지 시장 맞춤형 장비 공급으로 시장 성장과 발맞춰 매년 판매 및 점유율 확대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건 논의에 관심이 쏠리며 현지에서도 직접적인 러브콜이 잇따르는 분위기다. 야로슬라프 뎀첸코프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전 차관은 지난달 말 엑스(X, 옛 트위터)에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현지 기업 설명회 사진을 올리며 “우크라이나에서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개시는 투자자들에게 신호(The opening of HDhyundaixitesolution in ukraine is a signal for investors)”라며 “복구 준비 완료(Ready for recovery)”라고 적었다. 앞서 문재영 HD현대인프라코어 부사장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출장을 찾아 나프토가즈·오샤드뱅크 등 현지 기업과 만나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또한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지난달 말 우크라 수도 키이우에 대표사무소를 개설했다.

국내 또다른 건설기계 강자 두산밥캣은 주로 북미 등 선진국 시장에 소형 장비를 수출해왔다. 다만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규모가 커지면 인근 지역 수출 확대 등 간접적 경로를 통해 수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회사 관계자는 “재건 관련 시장이 커지면 소형 장비 진출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석화, 중국발 공급과잉 해소되나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도 종전 가능성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적 악화 주범이었던 중국발 공급 과잉 현상이 해소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중국은 최근 1~2년 동안 석유화학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제품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문제는 증설 기간 전방 산업이 악화일로를 걸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악화됐음에도 중국 기업들이 당국의 후원에 힘입어 생산량을 늘리자 공급과잉이 발생했다.

종전이 이뤄지면 중국발 공급과잉이 둔화될 공산이 적지 않다.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 재건 작업이 본격화되면 석유화학 제품이 적용되는 건설 기자재 등의 수요가 폭증할 수 있다. 중국은 자국 내 넘치는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석유화학 제품을 수출할 수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끝나면 석유화학 제품 원재료인 유가도 안정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큰 만큼 제품 마진도 이전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재 겹친 전력 인프라 업체


전력 인프라 업체들도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전쟁 여파로 무너진 인프라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전력기기, 전선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전력기기·전선 업체들은 일찌감치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했다. 효성중공업은 2010년 유럽에 진출한 이후 기술력과 고객 맞춤형 전략을 앞세워 유럽 내에서 품질 신뢰를 확보했다. 그 결과 지난해 유럽에서만 1조원 넘게 수주했다.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 전선 기업인 LS전선과 대한전선도 유럽에 수주 성과를 올리고 있다.

종전이 현실화될 시 전력 인프라 업체들의 실적은 더욱 고공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전력기기, 전선 업체들 모두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확대 영향으로 최근 수주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HD현대일렉트릭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55억4100만달러(약 8조원)로 전년 대비 28.8%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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