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열기에 지원法까지…K-조선 美진출 급물살

한화, 숙련공 등 美 고용문 활짝
올들어 10여개 직군 채용·교육
美의회 “동맹국서 해군 함정 건조”


K-조선의 미국 협력 기대감이 고조된 가운데 국내 기업의 추가 진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한화그룹은 현지 고용문을 활짝 열며 정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때 업계에선 한화오션의 필리 합병을 두고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던게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른 조선사들도 현지 진출 경로와 실익을 본격적으로 따져보는 분위기다.

▶美 현지 고용문 개방…현지화 작업 속도=13일 한화 필리조선소 홈페이지에 따르면 25~26일(현지시간) 이틀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견습 정보 세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필리조선소에서 운영 중인 교육훈련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회 격으로 보인다. 해당 행사 안내 페이지에는 현재까지 1200여명의 참가자가 등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필리조선소는 올해 들어 총 16개 직군에 대한 채용 공고도 올렸다.

한화 측은 숙련공의 직접 고용뿐만 아니라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확대해 나간단 방침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한화오션이 국내에 두고 있는 거제도 기술교육원처럼 용접·전기계통 등 다양한 분야를 일정기간 교육을 수료한 뒤 직영·하청 등에 취업하는 방식인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존스법(Jones Act) 및 함정사업 확장계획을 포함한 중장기 경영계획을 수립 중”이라며 “고용 규모는 사업 확장 및 자동화 기술 도입 등을 종합 고려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지화 작업은 미국 군함 건조, 선박 유지·보수·정비(MRO) 분야 등 수주를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다. 지난달 미 의회예산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 해군은 보유 군함을 향후 30년 동안 총 390척(군수·지원 함정 포함)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일단 시설보안인증(FCL)을 획득해 미국 주요 해군 함정 사업을 추진하며 MRO 사업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미 해군 함정 5~6척의 MRO 사업 수주 계획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극에서의 패권 확보를 노리며 향후 쇄빙선 수요가 늘 수 있단 기대감도 있다. 쇄빙선 수요가 급증하면 미국 내 건조 방침에 따라 현지 진출 메리트가 더 빛을 발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에선 쇄빙선 수요가 실제로 늘면, 국내 조선사들이 기술자를 파견해 현지 건조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현지 조선소 활용 필요성…“다양한 방향 검토”=한화오션 외에 다른 대형 조선사의 미국 현지 진출 여부도 주목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 트렌드 역시 현지 건조 요구가 많아 도면과 자재를 조달하고 생산 기술을 이전하며 현지 조선소를 활용하는 전략으로 방향성을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조선소 인수 외에 지분 인수 등 다양한 선택지를 동일 선상에 놓고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직접 인수 시 떠안아야 할 추가 비용 등 리스크뿐만 아니라, 현지 조선업의 무너진 공급망 등 다양한 위기 요인을 계산해봐야 한단 설명이다. 그럼에도 미 군함 사업 등의 유망성을 감안하면 간접적 방식을 통한 현지 진출에도 무게가 실린다. 회사 관계자는 “조선업에서 미국과의 협력 강화가 예상되지만 단순히 인수 외에 지분 투자 등 다양한 방향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따져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현지 법안 통과 여부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 의회에 따르면 마이크 리 공화당 의원 등은 최근 해군과 해안경비대의 준비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법안 2건을 발의했는데, 이 법안은 외국 조선소에서 해군 함정 건조를 금지하는 법을 개정해 예외를 두게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나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에 있는 조선소의 경우 해군 함정 건조를 맡길 수 있는 게 골자다. 즉, 법안 통과 시 우리나라 조선소에서도 건조가 가능할 수 있는 셈이다.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인도·태평양 국가 중 해군 함정을 미국보다 저렴하게 건조할 역량을 보유한 국가는 사실상 한국과 일본뿐이다. 미국은 향후 30년간 1600조원을 투입해 함정을 신규 건조할 계획이어서 이는 국내 업체들에 큰 기회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고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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