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닛산 결합, ‘외형만 글로벌 3위 구색 맞추기’…이미 예견된 파행? [비즈360]

교도통신 “13일 양사 합병철회” 보도에
업계 “너무도 다른 두 회사, 잡음 생긴듯”
정몽구 ‘현대차·기아 빅딜’ 성공도 주목


우치다 마코토(왼쪽) 닛산 CEO와 미베 토시히로 혼다 회장이 지난해 12월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일본 완성차 2위 혼다와 3위 닛산의 통합이 수포가 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이미 예견됐던 수순”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두 회사가 기업 문화 측면에서 확연하게 차이를 보여왔고,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미비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13일 헤럴드경제에 “외형상으로만 글로벌 3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통합이었다”라면서 “혼다가 하이브리드, 닛산이 전기차가 강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글로벌 수준에서 봤을 때는 아쉬운 점도 많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두 회사의 사풍이 달라 앞선 두 회사의 통합 당시에놀란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라면서 “통합이 됐더라도 여러 부분에서 양측 간에 잡음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라고 전했다.

다른 완성차업계 관계자도 “외형상 규모 측면에서 닛산이 최근 크게 수축된 상황이고, 혼다는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신중함을 기하는 경향이 많았다”라면서 “통합을 통해 양사의 경쟁력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각자 스스로 아쉬운 점들이 많이 보였던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도쿄의 한 혼다 매장 [AFP]


전날 일본의 교도 통신은 일본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13일 합병 철회를 공식 결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두 회사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면서 지난해 연말 시작했던 경영 통합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게 보도의 골자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주요 언론이나 로이터·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도 양측간 ‘통합 잡음’을 다뤄온 바 있다.

이에 내년 8월까지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양사가 자회사가 되는 방식으로 경영을 통합하겠다던 기존 계획은 모두 수포로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다.

그간 두 회사의 통합은 ‘일본판 스텔란티스’의 출범으로까지 완성차 업계에서 거론됐다. 현재 닛산이 일본 완성차 4위인 미쓰비시자동차의 최대 주주로 있어 두 회사의 통합은 외형상으로 일본 완성차 업계 2~4위 간 통합이자, 성질상으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추구하는 주체간 통합이었기 때문이다. 앞선 스텔란티스그룹의 출범도 각각 유럽(PSA)과 미국(크라이슬러)에 적을 둔 두 주체가 힘을 합치면서 이뤄진 바 있다.

닛산과 혼다가 하나가 되면 현재 글로벌 1위 토요타(1000만대), 2위 폭스바겐(900만대)에 이은 글로벌 판매 3위권(800만대)의 자동차그룹의 출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이런 견해는 설득력을 얻었다.

도쿄의 닛산 매장 쇼룸 앞을 한 남성 행인이 걸어가고 있다. [AFP]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혼다는 경영 부진에 빠진 닛산의 ‘개선 노력’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협상 초기부터 미베 토시히로 혼다 최고경영자(CEO)는 “양사의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해 지주사 구조가 필요하지만 초기에는 혼다가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며 “닛산이 생산능력 20% 감축과 9000명 감원 등의 구조조정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닛산이 고수익 제품군인 대형차와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크게 뒤쳐져 있는만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 현재 일본 시가총액 기준으로 혼다의 주가는 닛산의 약 5배 수준으로 추정되는 만큼 혼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닛산과의 대등한 통합은 향후 배임 소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혼다와 대등한 조건에서 통합을 희망해 온 닛산에게는 당혹스러운 대목이었다. 실제 닛산은 혼다가 협상 과정에서 ‘자회사 제안’을 하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의 제안에 닛산 내부에서는 거센 반발이 나왔고, 우치다 마코토 닛산자동차 회장은 지난 6일 혼다 측에 합병 협의 중단 가능성을 내비췄다.

양사가 각각 13일에 여는 이사회는 2024년 4∼12월 결산 설명회로서의 성격이 강한데, 교도통신은 이 자리에서 합병 철회 이유와 향후 생존 전략이 제시될 것으로 관측했다.

향후 닛산은 협력 목적으로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과 손잡고 경영개선을 위한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과 엔비디아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업체로 유명한 폭스콘은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전기차 위탁생산 시장도 노리고 있다.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브랜드를 만드는 대신, 위탁설계 및 제조 서비스만 제공할 것”이라며 완성차업계와의 협업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기아자동차 슬로바키아 공장을 방문한 정몽구 명예회장이 생산되는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기아 제공]


한편 양측의 이번 통합 무산으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주도하에 ‘화학적 결합’에 성공한 현대차·기아의 통합 사례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1998년 당시 기아자동차(현 기아)와 아시아 자동차 등 기아그룹 일부 계열사를 인수했다. 이후 양 사는 정 명예회장의 진두지휘아래 R&D(연구개발) 분야에서 대대적인 통합에 들어가고, 부품 구매를 일원화하는 등 질적인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미래 기술인 전동화 분야에서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과 전장부품도 공유하고 있을 정도로 끈끈해졌다.

동시에 정 명예회장은 각 회사가 가진 독자적인 강점을 개발하는 데도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종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서도, 장점을 발휘하는 방안을 도출해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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