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무역수장, 美 당국자 연쇄통화…트럼프 관세 대응 협상 안간힘

EU 27개국, 협상불발 대응도 논의
日 “美 면제 요청” 英 “美와 협의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다음 달 12일부터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유럽연합(EU)과 일본, 영국 등 동맹국들이 협상 시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EU “美와 협상 통한 해결 찾겠다”…불발시 대응도 논의=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담당 집행위원은 12일(현지시간) 미국의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첫 통화를 했다.

이날 통화는 상호간 소개 성격이었으며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미측 대표와 조만간 회동하기로 합의했다”고 올로프 질 EU 집행위 무역담당 대변인은 전했다. 질 대변인은 또 EU는 미국과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찾고, EU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JD 밴스 미 부통령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공정한 무역관계’를 강조하면서도 미국과 협력이 지속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밴스 부통령은 또 “에너지를 포함한 상호 간 이익이 되는 경제영역을 우선시하겠다는 의향을 표명했다”고 집행위는 전했다.

다만 EU는 ‘협상 불발’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EU 27개국 무역장관들은 이날 긴급 영상회의를 갖고 관세 현실화 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를 주재한 상반기 EU 순회의장국 폴란드의 크시슈토프 파시크 경제개발기술장관은 “오늘 회의는 회원국들이 단결하고 있으며 유럽의 철강·알루미늄 부문을 보호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슈토프 장관은 EU-미국 관계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회원국들은 필요할 경우 비례적이며 책임감 있는 EU 집행위의 대응을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日 “美에 철강관세 면제 요청”…英 “미국 측과 협의 중”=세계 주요 철강 생산국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방위로 관세 부과를 예고했지만, 호주에 대해선 “우리가 무역 흑자를 보는 데다 미국산 항공기를 많이 구매한다”면서 관세 면제를 시사해 다른 나라들도 미국과의 협상 창구로 몰려드는 형국이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계획과 관련해 “일본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요청했다”고 12일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언급하고 “미국 시간으로 11일, 일본 시간으로는 12일 주미 일본대사관을 통해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면서 “일본으로선 이번 관세 조치의 내용과 영향을 충분히 조사하면서 필요한 대응을 확실히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이날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조치 관련 질문을 받고 “미일 정상회담 당시에는 논의가 없었다”며 “조치 내용과 영향을 정밀하게 조사해 조치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설득하는 등 필요한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대변인도 지난 11일 미국의 철강 관세와 관련해 “우리는 세부 내용을 처리하기 위해 미국 측과 협의 중(engaging)”이라고 밝혔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것과 관련 “예외나 면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호주에는 ‘관세 면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협상을 통해서 관세가 면제될 가능성도 열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40분간 통화한 뒤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관련해 미국이 호주를 상대로 무역수지 흑자를 내는 점을 크게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가 몇 안 되는 미국의 무역흑자 상대국이라면서 “그 이유는 호주가 (미국산) 비행기를 많이 사기 때문이다. 호주는 꽤 멀리 떨어져 있고 비행기가 많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이 점을 크게 고려할 것이라고 앨버니지 총리에게 말했다”고 강조했다.

정목희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