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인듐 생산량 전세계 1위, 국내 유일 생산
“미국에 직접 공급하며 탈중국 공급망 핵심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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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울산 온산제련소를 방문하여 공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지난 4일 중국 상무부와 관세청이 텅스텐·텔루륨·비스무트·몰리브덴·인듐 등 5가지 품목과 기술에 대해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전세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인듐·비스무트·텔루륨 등 3가지 핵심소재를 국내 유일하게 생산하는 고려아연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9월 중국이 자국 안보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무기와 방위산업의 핵심소재인 안티모니에 대한 수출 통제를 대폭 확대하는 등 그 여파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도 중국의 5개 수출통제 품목에 대한 국내 업계 영향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 점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금액 기준 텅스텐은 대(對)중국 수입의존도가 85%, 몰리브덴은 90% 이상이다. 대체 수입처 발굴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듐·비스무트·텔루륨의 경우 중국의 수출통제에 따른 국내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3가지 품목 모두 국내에서 고려아연이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 중 인듐은 고려아연이 전세계 제련소 중에서 가장 많은 양을 생산하고 있는 글로벌 1위 생산품목 중 하나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인듐 생산과 수요량은 약 1400톤 규모다. 이 가운데 5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또한 중국 인듐 생산업체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수출통제 이전에도 중국기업의 인듐 공급이 차질을 빚을 때마다 시장 가격의 불안정하게 움직여 왔다. 간헐적 공급 통제 등으로 2024년 인듐의 평균단가는 317$/kg으로 상승세로 돌아섰으며, 이번 수출통제로 추가적인 가격상승 및 수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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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생산한 인듐 [고려아연 제공] |
핵심소재를 공급받아야 하는 업체들 입장에서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서 고려아연의 핵심소재 생산과 공급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아연 제련을 위해 구매하는 아연정광과 퓨머(Fumer)에서 처리하는 2차원료에 극소량으로 포함되어 있는 인듐을 회수하여 괴 형태로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이런 극소량의 인듐 회수율을 높임으로써 고려아연은 연간 약 150톤 내외를 생산하며 글로벌 수요의 약 11%를 책임지고 있다.
아울러 고려아연의 인듐은 탈중국 공급망의 핵심 역할로 주목받는 소재로 꼽힌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올해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에서 인듐을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는 29%에 달하는 한국으로 조사됐다. 이는 사실상 미국 인듐 공급망의 약 30%를 고려아연이 책임지다고 설명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중국의 수출통제 조치로 한국으로부터의 인듐 수입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며, 지난번 안티모니와 같이 미국측과 인듐 등의 희소금속에 대한 추가 수출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듐의 주요 사용 용도는 ITO(Indium-Tin-Oxide)다. 모든 평판 디스플레이 화면과 터치스크린에 사용되는 투명 전도성 산화물로, 일반적으로 디스플레이 표면에 박막 코팅으로 증착되어 전기데이터를 광학 형태로 변환하는데 쓰이고 있다. 주요 수요처인 LCD TV 판매 부진에 따른 시장 침체의 가속화로 한동안 가격이 낮은 수준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에는 태양광 산업에서 박막 태양전지 시스템의 핵심소재로 수요가 다시금 증가하고 있다.
또한 5G 기술 확산으로 글로벌적인 인듐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인화인듐(InP)기반 기판은 5G 광통신 네트워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인화인듐 레이저와 수신기는 광섬유를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여 지연을 줄이고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며 속도를 증가시킨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인화인듐 기반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미국 반도체 기판 제조업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2분기 인화인듐 기반의 기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과 이제중 부회장(CTO) 등 현 경영진을 중심으로 인듐 등 희소금속 및 핵심광물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해 적극적인 기술투자를 통한 희소금속 회수율 증대에 집중해 왔다”며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으로서 국가경제와 안보, 나아가 중국 수출통제를 이겨낼 수 있는 국내외 핵심 공급망으로서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