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지운다고 ‘내 비밀’ 안전해?” 팔기도 버리기도 찝찝…확실한 방법이 있다 [지구, 뭐래?]

액정이 깨진 폐휴대폰. 김광우 기자.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이걸 다시 쓸 수도 없고”

5년간 사용한 휴대폰. 액정도 다 깨져버린 데다, 전원 버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섣불리 처리하기는 힘들다.

중고 상품으로 팔자니 ‘개인정보 유출’이 걱정된다.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찝찝하다. 제대로 재활용도 되지 않은 채, 소각·매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하는 고민이다. 아무런 쓸모도 하지 못한 채 집에 잠자고 있는 휴대폰만 국내 기준 2000만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해결 방법은 있다. 폐휴대폰을 안전하게 폐기하는 데 더해, 재활용 처리 과정에서 나온 수익금까지 기부할 수 있는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정부가 공식 인가한 기관이란 점에서 개인 정보 유출 걱정을 덜 수 있다.

수거된 폐휴대폰.[녹색연합 제공]


녹색연합이 지난해 발간한 ‘전기전자제품 사용현황’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가구가 보유한 사용하지 않는 휴대폰은 평균 0.99개로 집계됐다. 국내 가구 수를 고려해 단순 추산할 경우, 약 2000만대 이상의 폐휴대폰이 그대로 방치된 셈이다.

폐휴대폰은 중고 거래 시장에서도 취급이 활발한 상품 중 하나다. 쉽게 기기값을 받고 중고 제품으로 다시 판매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를 실제로 판매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수도권자원순환센터에서 폐휴대폰을 처리하고 있다.[나눔폰 유튜브 갈무리]


경기도가 지난 2023년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폰 기기를 중고로 판매한다는 응답은 10.6%에 불과했다. 응답자 59.5%가량이 스스로 보관한다고 밝혔다.

폐휴대폰을 보관하는 이유로는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돼서’라는 답변이 38.4%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는 ‘폐휴대폰 분리배출 방법을 알지 못해서’(13.5%), 버리기 귀찮아서(12.5%) 등 응답이 있었다.

액정이 깨진 스마트폰.[게티이미지뱅크]


폐휴대폰을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리면? 이건 또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폐휴대폰이 일반쓰레기로 버려질 경우, 그대로 소각 또는 매각된다. 이는 토양·대기 오염을 일으킨다. 심지어, 고온다습한 처리 과정에서 휴대폰 내 리튬 배터리가 폭발할 위험도 있다.

자원 낭비 또한 심각하다. 폐휴대폰은 산업적 가치가 높은 희귀 금속이 다량 포함돼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폐휴대폰 1대에서 회수할 수 있는 주요 금속 평균 함량은 금 0.034g, 은 0.2g, 팔라듐 0.015g 등이다.

주민센터 소형폐가전 수거함.[서귀포시청 제공]


폐휴대폰을 개인정보 유출이나 환경 오염 걱정 없이 버리기 위해선 주변 구청이나 주민센터 등에 비치된 소형 가전 폐기함에 넣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아파트 단지와 도심에 몰려 있기 때문에, 직접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나눔폰 기부방법.[나눔폰 홈페이지 갈무리]


환경부가 인가한 비영리 공익법인 한국전자제품순환공제조합(KREC)이 운영하고 있는 ‘나눔폰’ 플랫폼은 이러한 걱정을 덜어주는 데 일조한다.

나눔폰은 폐휴대폰을 수집해 폐전자기기를 재활용 처리하는 직할 수도권자원순화센터에 보내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수집한 폐휴대폰을 분해해 재활용 재료로 판매하고, 수익금을 기부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홈페이지를 통해 기부 신청을 하고, 착불 택배로 휴대폰을 발송하면 된다. 방문 택배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어, 폐전자제품 수거함을 찾는 것보다 수월하다.

수도권자원순환센터에서 폐휴대폰을 처리하고 있다.[나눔폰 제공]


수도권자원순환센터에 도착한 폐휴대폰은 분해 과정을 거친다. 이 휴대폰들은 재사용이 아닌, 분해 후 잘게 파기하는 수순이다. 이후 공정을 통해 나온 금, 구리 등 금속 자제가 재활용되며 수익금이 발생한다.

또 하나의 골칫거리인 충전기 및 케이블 쓰레기도 같이 보낼 수 있다. 케이블 또한 피복과 내부 구리를 분리해, 재활용 재료로 판매한다. 중고 판매와는 다르게, 휴대폰 노후 정도나 파손 여부도 크게 상관없다. 그대로 분해돼 재활용되기 때문이다.

나눔폰으로 보낸 폐휴대폰 택배. 김광우 기자.


이런 과정을 거쳐 2023년 나눔폰 서비스를 통해 기부된 금액은 총 3억19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09년 이후 누적된 기부금 총액만 52억300만원에 달한다.

나눔폰 관계자는 “수익이 정해진 기부처에 전달되고, 연말에는 기부금 영수증까지 한 번에 받을 수 있다”면서 “동시에 휴대폰 1대당 1000포인트의 탄소중립포인트도 적립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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