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도 관세 간주”…트럼프, 상호관세 공식발표

4월1일까지 각국 실태 검토뒤
국가별로 관세율 결정해 시행

미국에는 없는 부가세 “불공정”
FTA 한국도 부과 가능성 커져
플랫폼법·車 환경규제 등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웃 국가의 관세·비관세 장벽을 고려한 상호 관세를 이르면 4월 부과하겠다고 13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도 트럼프의 ‘상호 관세’ 부과 대상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상호 교역과 관세’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그는 “나는 ‘공정성’을 위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며 “모두에게 공정할 것이며, 다른 어느 나라도 불평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 각서에는 행정부가 각 교역 상대국의 ‘관세, 세금, 비관세 장벽, 환율 정책, 기타 미국 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는 불공정한 관행’ 등을 조사해 그에 상응하는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내용이 담겼다. 상호 관세란 무역하는 국가끼리 서로 같거나 비슷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관련기사 2·3·4·5·6면

사실상 관세뿐만 아니라 미국에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상대국의 모든 정책과 규제 등을 문제 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부가가치세(VAT·이하 부가세)를 콕 집어 상호관세 책정 주요 요소라고 밝히면서 부가세가 관세전쟁 확대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부가세는 한국과 유럽,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부과되지만 미국에서는 부과되지 않는 소비세다.

트럼프 행정부는 4월 1일까지 국가별 조사를 마무리한 뒤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함께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우리는 국가별로 일대일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러트닉 지명자는 “이 문제에 대한 행정부 차원의 연구는 4월1일까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해 국가별로 협상을 거친 뒤, 4월1일 이후 관세가 부과될 것임을 예고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사전 브리핑에서 이번 상호 관세 부과 방침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교역 상대국의 관세뿐만 아니라 비(非)금전적 또는 비관세 장벽이라고 부르는 것에도 “레이저빔처럼”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행정부가 상호 관세를 국가별로 맞춤형으로 책정할 것이라면서 “(상대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세금 또는 역외의 세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또 “관세 장벽, 비관세 장벽, 보조금과 부담스러운 규제 요건을 포함해 불공정하거나 해로운 조처, 정책이나 관행 때문에 미국 기업과 노동자, 소비자에 초래하는 비용”도 평가 대상이라고 말했다.

FTA로 관세 혜택을 보고 있던 한국도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한국은 중국, 멕시코, 베트남, 아일랜드, 독일, 대만, 일본 등에 이어 무역적자액 8위에 올랐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액은 557억 달러(약 81조원)에 달한다.

실제로 미국 고위 당국자는 “중국 공산당 같은 전략적 경쟁자이든 유럽연합(EU)이나 일본이나 한국 같은 동맹이든 상관 없이 모든 나라가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며 한국을 특정해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부과할 때 상대국의 조세 등을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하겠다고 하면서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도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적용할 경우 우리나라 물품이 미국에 수출할 경우, 최대 가격이 5% 올라가는 것이다. 한미 FTA로 양국간 관세는 대부분을 철폐한 상태에서 우리 수출품목에 세금이 부과되는 셈이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위원은 “주목할 것은 상대국에서 부과하는 부가가치세도 미국에 대한 관세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라며 “부가세를 부과하고 있는 유럽연합과 일본 등과 공조를 통해 대응해야한다”고 말했다.

김빛나·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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