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보조금 뒤집기 가능성에 삼성·SK ‘발등의 불’[비즈360]

지난해 4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반도체법 보조금 지원 발표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삼성전자 제공]

 

로이터 “백악관 반도체 보조금 재검토”

삼성·SK, 작년 12월 보조금 최종 계약

트럼프 계약 재검토 시 수령 여부 불확실

대미 투자계획 및 생산전략 등 차질 불가피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정책 재검토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존 반도체법(Chips Act)에 의거해 현지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철강에 고강도 관세 부과를 공식화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대상으로 반도체를 지목한 가운데 반도체 보조금마저 재협상을 압박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은 향후 여파에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보조금 규모가 줄어들거나 철회될 경우 기업들의 생산 계획 및 글로벌 사업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는 13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미국 칩스법(반도체 지원법)상 반도체 보조금에 대해 재협상을 추진 중”이라며 “일부 반도체 보조금 지급이 미뤄질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정부는 (보조금 지급 계약을 체결한 반도체 기업의) 요구사항을 평가하고 변경한 후 일부를 재협상할 계획”이라면서 이미 대만 실리콘 웨이퍼 제조업체 글로벌웨이퍼스가 반도체 지원금 지급 조건을 놓고 재검토 대상이 됐다고 했다.

아울러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은 보조금을 받은 후 중국 등 다른 나라로 사업 확장을 발표한 기업들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하고 있다”고 전하며 지난해 10월 중국에 3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인텔과 함께 중국에 이미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언급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트럼프 정부 출범을 눈 앞에 둔 지난해 12월 가까스로 바이든 정부와 보조금 지급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총 370억달러를 투자해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대가로 47억4500만달러(약 6조80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돼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기로 하고 4억5800만달러(약 6600억원)의 보조금 지급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출범 한 달도 안 돼 반도체 보조금 정책을 둘러싸고 재검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실제 보조금 수령 여부조차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그동안 반도체 보조금 정책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왔던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장 반도체 보조금 취소가 아닌 재협상을 언급할 경우 아직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보조금 액수를 줄이거나 다른 조건을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위치한 퍼듀대에서 투자협약식을 열고 반도체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 계획을 밝혔다. 왼쪽 세 번째가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토드 영 인디애나주 상원의원 페이스북]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법에 대해 “정말 나쁜 거래”라고 비난하며 “(미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에)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그들(해외 기업들)이 미국에 와서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것”이라며 대규모 보조금을 주는 대신 관세로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보조금 같은 지원책보다 패널티 성격의 관세로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가 분명한 만큼 반도체 기업들은 보조금 역시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실제 보조금 효과가 사라진다면 기존에 계획한 생산 전략이나 사업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임기 초반부터 수입품 관세 부과 등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정책 전반에 걸쳐 대전환을 예고한 가운데 우리 정부의 외교 공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신속하게 협상에 나서 국내 산업계의 요구사항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정상외교 공백이 중단된 상태다.

기업들은 민간 차원에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통상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 차원의 대미 협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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