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유죄, 민사는 사실상 면죄부
경영계 “불법행위에 차이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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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양재사옥 전경 [현대차 제공] |
경영계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및 지회 노조원들의 불법쟁의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회사가 배상을 청구한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이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준 것과 관련 “불법쟁의 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판결의 대상이 된 노조의 불법쟁의행위는 조합원 수명이 조직적으로 여러 차례 회사 공장을 점거해 폭력을 행사하고 기물을 손괴해 막대한 생산 차질을 일으킨 사건”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경총 측은 “회사의 연간 생산계획은 미확정된 단순 목표치로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것이며, 그럼에도 생산계획 달성 여부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이 달라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특히 노조의 공장 불법점거로 수백 대의 자동차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점거에 가담한 조합원들이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까지 받은 상황에서 ‘회사의 손해가 없다’는 판결을 파업당사자인 회사는 물론이고, 대다수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동불법행위의 경우 공동불법행위자들이 부담하는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비율을 개별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사수대를 조직하는 등 불법 점거에 적극 가담한 조합원까지 불법행위를 주도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경감하고 있다”며 “다른 일반 불법행위자와의 형평성 문제는 물론이고, 왜 유독 쟁의행위 사건에서만 불법행위자에 대해 관대한 처분이 내려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금도 산업현장은 강성노조의 폭력과 파괴, 사업장 점거, 출입 방해 등 불법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주요 50대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산업현장의 불법행위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라며 “기업들이 부디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법원은 노조의 불법쟁의행위에 대해 다른 불법행위와 차이를 두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책임을 물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판결을 내려주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2012년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자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의장 라인 등 일부를 점거했다. 현대차는 불법 쟁의행위로 인해 발생한 매출 감소와 고정비용 손실 등 손해를 배상하라며 쟁의행위 참여 조합원들을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법원과 2심 법원은 현대차 측 일부 승소로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2023년 6월 파업 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했다. 이어 부산고법은 파기환송심에서 현대차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영계와 재계는 이번 부산고법 판결에 앞서 대법원 통상임금 판례 변경 등 최근 친노조 성향의 판결이 잇따라 나오면서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을 정하는 기준에서 고정성을 폐기한 바 있다. 소정근로 제공에 대한 대가로 지급받는 정기성과 일률성이 있는 임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면서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했다.
이는 일한 대가로 조건 없이 지급되는 고정성이 있어야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지난 2013년 판례를 11년만에 뒤집은 것이다.
통상임금은 다양한 수당 등을 산정하는 기준이다. 통상임금으로 인정받는 임금이 늘어나면 이에 연동되는 수당도 증가해 노동자에게는 유리해진다. 반면 기업에는 직접적인 인건비 증가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대법원은 판결 당시 소급적용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일부 대기업 노조는 과거 소급분까지 받아내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는 등 통상임금을 둘러싸고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한편 경영성과급의 평균임금 포함여부와 관련 대법원 판결은 연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통상임금 판례 변경 후폭풍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 인센티브까지 평균임금으로 판단할 경우 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경영계와 재계 측 목소리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저성장 상황 속에서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라는 삼중고까지 시달리고 있다”며 “사법부의 최근 노사관계 관련 판결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놓인 기업들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재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