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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자신에게 끔찍한 가혹 행위를 일삼은 동창생을 살해한 10대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 받고 풀려났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민지현 부장판사)는 13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20)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집행유예 기간 보호관찰과 함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으라고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14일 새벽 2시 30분쯤 중학교 동창생인 B(19)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사건 발생 약 3시간 전인 13일 오후 11시 40분쯤 A씨 집에 B씨와 C(19)씨가 찾아왔다. B씨는 A씨의 머리카락을 강제로 자르고, 라이터를 이용해 다치게 했다. 성 학대도 이어졌고 억지로 술을 먹이기까지 했다.
A씨의 중학교 동창인 B씨는 평소 길에서 우연히 A씨를 만나면 아무 이유 없이 폭행하고 괴롭힌 ‘학교폭력 가해자’였다. A씨는 3시간 동안 이어진 B씨의 괴롭힘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1심에서 징역 장기 5년에 단기 3년의 실형을 받은 A씨 측은 항소심에서 A씨의 행위는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발달장애인이지만 흉기로 찌르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은 인식했을 것으로 보고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정신질환 치료 약을 먹은 상태에서 피해자에 의해 주량을 초과한 술을 강제로 마신 탓에 평소보다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저하됐다는 점을 들어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고 사건 경위를 참작해 선처했다.
재판부는 선고 과정에서 “피고인의 참혹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인권침해에서 이어진 또 다른 생명침해가 있기까지 적절한 관심과 훈육으로 보호받지 못한 청소년들에 대해 사회구성원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통감하고 애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귀중한 생명을 침해한 책임을 인정하되, 범행에 이른 경위와 사건 전후 정황 등을 고려해 실형보다는 형의 집행을 유예함으로써 사회에 복귀할 기회를 줌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잘 치료받고, 무난하게 사회를 복귀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다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