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준금리 향방이 최대 관건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이 미 국채 시장을 흔들어 놓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미 국채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2년물과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9베이시스포인트(bp) 이상 하락했다. 전날 미 소비자물가 지표(CPI)가 예상을 웃돌자 10bp 가량 튀어 오른 것을 하루 만에 되돌린 것이다.
이날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예상을 웃돌았지만 다행히 전월 대비 둔화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금리를 더 끌어올리진 않았다.
시장은 그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 관세 부과 계획에 더 주목했다. 관세 도입에 시간이 걸리고 협상 여지도 있다는 기대감은 투자심리 전반을 개선시키며 금리를 안정시켰다.
하지만 미 국채 금리가 하루에 10bp씩 예사로 움직이는 상황은 채권 투자자들에겐 결코 달갑지 않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면 가격은 떨어져 손실을 볼 수 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한때 4.8%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추세적인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미 국채를 사들인 국내 투자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사이 미국 채권펀드에 몰린 자금은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평균수익률은 -2.4%로 실망스럽다.
관련 ETF 역시 마찬가지다. 미 국채 관련 ETF 가운데 가장 시가총액이 큰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의 경우 같은 기간 850억원이 순유입됐지만 수익률은 -3%다. 특히 일본 엔화를 이용해 미 국채에 투자하는 ETF의 경우 엔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수익률이 더 낮다.
관건은 미 기준금리의 향방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다음달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98%까지 보고 있다. 상반기 금리 동결 가능성 역시 60% 수준으로 높다. 사실상 상반기 금리 인하는 물 건너간 상황에서 급기야 연내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되지 않을 것이란 시나리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우려 역시 안정을 찾으면 금리도 방향을 아래로 잡을 것이란 전망이 아직은 우세하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을 의식하고 있고 전임 행정부와 차별화 시킬 의지가 있다고 보면 이민자 정책이나 관세는 결국 완화된 형태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완화되면서 미 국채 10년 수익률은 기존 박스권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가 아닌 인상으로 태도를 180도 바꾸는 극단적 상황이 아니라면 오히려 금리가 튈 때가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