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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컬링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우리나라 대표팀 김은빈과 표정민이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컬링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대표팀 의성군청(스킵 이재범, 서드 김효준, 세컨드 김은빈, 리드 표정민, 핍스 김진훈)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눈물을 쏟아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남자 컬링 대표팀 ‘의성BTS’는 14일 중국 하얼빈의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결승에서 필리핀에 3-5로 아쉽게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필리핀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스위스 국가대표 출신 귀화 선수로 구성돼 우승 후보로 꼽히며 막강한 전력을 자랑했다. 우리 대표팀은 이들을 예선 첫 경기에서 6-1로 꺾고 조별리그 4연승을 하며 금메달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기에 패배의 아쉬움이 더욱 진하게 남는다.
이날 패인은 0-0으로 맞선 2엔드 마지막 샷에 있었다. 스킵 이재범이 마지막 샷으로 하우스 안에 있던 상대 팀 스톤을 걷어내면 대거 4득점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재범의 샷이 힘이 떨어지면서 상대 스톤을 충분히 밀어내지 못했고, 오히려 우리 스톤을 밀어내면서 1점을 내줬다. 4득점 기회가 1실점으로 바뀌면서 한국 대표팀은 5점을 손해 본 셈이 됐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재범은 “대량 득점할 기회였다. 빨리 그 상황을 잊고 남은 엔드에 집중하려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이 우리가 출전할 수 있는 마지막 큰 대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 많이 아쉽다”며 “기회가 와서 우리가 잡을 수 있었는데 부족했던 것 같다”고 자책했다.
이재범은 역전을 노린 8엔드 마지막 샷이 빗나간 것에 관해서도 “자신 있었는데 (스위핑 하라는) 콜을 조금 늦게 해서 아쉬운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내가 빨리 콜을 했다면 성공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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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컬링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우리나라 선수들이 단상에 오르며 두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스킵 이재범, 서드 김효준, 세컨드 김은빈, 리드 표정민, 핍스 김진훈. [연합] |
다른 선수들은 서로 ‘자기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표정민은 “2엔드 마지막 샷은 우리가 급하게 스위핑해서 아쉬운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재범이 형의 실수가 아닌 우리 모두의 실수였다”고 했다. 이어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잘 보완해서 다가오는 세계선수권대회와 대표 선발전을 잘 치르겠다”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어깨와 손목 통증을 안고 뛴 김은빈은 “지난해부터 통증이 있었는데 스위핑을 많이 하다 보니 무리가 온 것 같다”라며 “통증이 있었지만,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참 아쉽다”고 밝혔다.
2023년 3월 ‘의성군청’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발걸음을 뗀 이들은 팀 전원이 2001∼2003년생으로 구성된 국내 남자 막내 실업팀이다. 이들은 모두 ‘컬링의 고장’ 경북 의성에서 나고 자란 의성중 출신이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끈끈함으로 팀워크를 다진 이들은 BTS처럼 ‘최고’가 되자는 의미에서 ‘의성BTS’라는 별명을 스스로 붙였다고 한다.
한편 우리 대표팀을 제압하고 금메달을 따낸 필리핀은 자국 역사상 최초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수확한 것이다. 필리핀이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시상대에 오른 건 전 종목을 통틀어 역대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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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컬링 결승 한국과 필리핀의 경기에서 3-5로 패하며 은메달을 차지한 우리나라 대표팀 김은빈이 경기가 종료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