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섹스 지수 7만6000대
인도, 대미관세 평균 17%…미 관세 보복 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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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 [로이터]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지난해 전세계 투자 자금을 빨아들였던 인도 증시가 올해 주저앉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우려에 내수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다. 신흥국 경쟁자인 중국이 ‘딥시크’를 발판 삼아 반등을 노리는 모습과 달리 인도 증시가 부진한 성적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13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센섹스(SENSEX) 지수는 7만6171.08로 반년 전보다 2784.95(3.53%) 하락했다. 인도 센섹스지수는 지난해 9월 26일 8만5800선까지 올라 신고가를 달성했다가 다시 7만6000선까지 내려온 것이다. 니프티(NIFTY) 50지수도 6개월 전보다 1093.75(4.53%) 내린 2만 3045.25로 집계됐다.
센섹스와 니프티 등 인도 증시를 기초 자산으로 삼는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상품 가운데 지난 1년 동안 수익률 하위 10위에 속하는 상품 4개가 인도 증시 관련 ETF로 나타났다. TIGER 인도니프티40레버리지(합성) 수익률은 -13.3%, KODEX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합성)은 -11.68%, ACE인도컨슈머파워액티브는 -14.03%, KODEX 인도타타그룹 ETF 수익률은 -11.18%로 나타났다.
인도 증시는 신흥국들 가운데에서도 저조한 편이다. 연초 대비 코스피(6.22%), 홍콩의 항셍지수(11.38%), 상해종합지수(2.57%)와 비교해도 성적이 못 미친다.
인도 증시가 부진한 이유는 중국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격’의 주요 표적이 됐기 때문이다. 인도는 미국과 교역 규모가 큰 나라 가운데 관세율이 높은 나라다. 동남아시아 신흥국과 더불어 인도는 미국산 제품에 관세율을 높게 책정하고 있는데 미국이 이에 맞서 대인도 관세를 대폭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있지만 관세 앞에서는 친분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모디 총리는 오는 12일부터 13일까지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당시 인도를 겨냥해 “무역에서 매우 큰 악당”이라고 비판했던 만큼 이번 회담에는 관세게 협상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마에바 쿠쟁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연구원은 “인도가 미국 수입품에 부과한 평균 세율은 그 반대 경우보다 10% 이상 높다”며 관세 차이 때문에 인도가 미국의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MUFG은행도 미국이 대(對)인도 관세를 현행 3%에서 15% 이상으로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뒤를 이어 글로벌 소비 시장으로 급부상한 인도지만 관세 벽이 높아지면 내수 시장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인도 정부는 제조업 부진과 기업 투자 둔화 등의 영향으로 2024∼2025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의 하한선인 6.4%에 그치고, 2025∼2026회계연도도 이와 비슷한 6.3∼6.8%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인도중앙은행(RBI)이 약 5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도 했다.
김근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인도 증시는 내림세를 거듭하고 있는데, 이는 금리 인하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기 때문”이라며 “이에 더해 9일 트럼프가 철강 관세와 상호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인도가 트럼프를 의식해 이륜차, 자동차 등에 대한 수입 관세를 선제적으로 인하하긴 했으나 평균 관세 17%로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의 관세를 유지하고 있어 첫 번째 지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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