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가량 커진 고구려실…국립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 새 단장

15일 선사고대관 재개관…1807점 유물 전시

인류 출현~고대국가 형성 이야기처럼 풀어

찰갑 등 신규 전시품 등 고구려실 확대 개편

 

15일 문을 여는 국립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 박물관이 지난해 1월 처음 선보인 광개토대왕릉비 탁본(디지털 복원본)이 전시된 고구려실 전경. [연합]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이 선사고대관을 새로 단장하면서 고구려실을 2배 가량 키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15일 축적된 1807점의 유물을 바탕으로 ‘삶의 흔적, 역사가 되다’라는 주제로 구석기실, 신석기실, 청동기실, 고조선·부여·삼한실, 고구려실을 아우르는 선사고대관을 재개관한다고 14일 밝혔다.

2년에 걸쳐 전면 개편된 선사고대관은 1층 상설전시실의 4분에 1에 달하는 규모로, 전시 내용도 확 달라진다. 무엇보다 인류의 출현에서 고대 국가가 형성되기까지 이어진 긴 역사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친절하게 풀고자 한 점이 눈에 띈다. 고고학 자료와 전시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연출 기법이 고도화됐고, 전시품 관련 영상과 그래픽도 적극 활용됐다.

아울러 고구려실이 기존 면적보다 1.7배 확대됐다. 윤상덕 박물관 고고역사부장은 “그동안 고구려실에 대한 관람객의 호응도가 높아 중국과 한강 주변에서 발굴한 유물 등을 신규 추가해 전시실을 개편했다”며 “선사실이나 신라·백제실의 경우 다른 박물관에서도 유물을 소장하고 있어 관련 전시를 할 수 있지만, 고구려실은 중앙박물관 외에는 제대로 소개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15일 문을 여는 국립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 내 구석기실 전경. [연합]

선사고대관에 들어서자 46억 년인 지구의 나이를 하루로 환산했을 때 자정 직전에 드러나는 인류의 모습을 담은 3분가량의 대형 영상이 원형의 공간감이 있는 로비 중앙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입구 벽면에서 신석기와 청동기 시대를 보여주는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사진과 설명이 소개됐던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이어 원형 로비에서 선사 영역 전시(구석기실, 신석기실, 청동기실) 또는 고대 영역 전시(고조선·부여·삼한실, 고구려실)로 자유롭게 직행할 수 있다. 시대순으로 배치된 유물을 따라 전시장을 이동해야만 했던 기존의 강제 동선과 차별화된다.

박물관은 “관람객들이 역사를 머나먼 과거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흔적도 인류의 역사가 된다는 점을 되새길 수 있도록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물관에선 구석기 사람들이 단단한 돌로 어떻게 도구를 만들었는지,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지층에 따라 발굴된 토기가 어떻게 다른지 등 생활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영상과 그림 설명이 더해진 유물 진열장이 눈길을 끈다. 신석기실에 이르면 3차원으로 재현 연출한 움집, 동삼동 패총 투사 영상, 가덕도 무덤 연출 등이 관람객을 반긴다.

청동기실에서는 비파형 동검, 세형 동검 등 정교한 청동 전시품을 단독 또는 대거로 집중 배치된 하이라이트 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 검과 옥, 반지 등 껴묻거리가 풍성한 무덤 속을 재현한 유물 진열장에서는 당시 사회를 이끄는 지배자의 권력을 그려보게 된다.

15일 문을 여는 국립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 내 신석기실에 비파형 동검이 진열돼 있다. [연합]

 

15일 문을 여는 국립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 사방으로 사신도가 그려진 강서대묘 벽화 모사도가 내걸리 고구려실 특화 공간 전경. 이정아 기자.

박물관이 이번 개편에 신중을 기한 공간은 고구려실이다. 한반도 고대사에서 가진 고구려의 위상에 비해 여태껏 고구려실의 전시 내용이 아쉽다는 반응에 따른 대대적 변화다. 면적을 1.7배가량 넓혔고 박물관 소장품과 자료뿐만 아니라 서울대박물관 등 외부기관 소장품도 전시해 신규 전시품을 늘렸다. 이번 재개관으로 대중에게 처음 선보이는 고구려 장수의 ‘찰갑(비늘갑옷)’이 대표적이다. 고구려 남진의 요새였던 경기도 연천 무등리 보루에서 출토된 유물도 삼국 간의 전쟁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유물이다.

고구려의 돌방무덤에 들어와 있는 듯 무덤방 안에 그려진 벽화 모사도가 전시장 사방을 감싼 특화 공간도 특별하다. 평안남도 남포시 강서구역 삼묘리에 있는 강서대묘 벽화에 나오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 등 사신도로, 왕의 무덤을 상징하는 황룡이 그려진 천장도까지 5점을 만날 수 있다. 박물관은 지난해 1월 처음 선보인 높이 6m가 넘는 광개토대왕릉비 탁본(디지털 복원본)을 선사고대관 내에 상설 전시하기 위해 고구려실 전용 공간 층고도 높였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