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팰리세이드 살 필요 없겠는데?” [시승기 - 아이오닉 9]

플래그십 전기 SUV 아이오닉 9 출시
트림에 따라 6000만원대부터 구매 가능
공간 활용성 및 운전 편의성 탁월
반자율 주행 개입 “현대차 모든 차종 중 최고 수준”
스마트 회생제동·전비 효율성 만족감↑


현대차 플래그십 전기 SUV 아이오닉 9 외관. 서재근 기자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가 자사 전동화 기술을 총집약한 플래그십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아이오닉 9’을 출시했다.

아이오닉 9은 ‘최상위 전기차’라는 상징성만큼 막중한 미션을 안고 출시된 모델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같은 브랜드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 기아 카니발과 EV9 등 굵직한 모델들과 패밀리 RV(레저용 차량) 시장에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은 물론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해소에도 이바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작심하고 내놓은 아이오닉 9가 과연 눈앞에 놓인 과제를 해결하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지난 11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아이오닉 9 최상위 트림인 캘리그라피 모델(6인승)을 타고, 양평 일대를 오가는 왕복 약 100㎞ 구간을 달려봤다.

아이오닉 9 측면(위쪽부터 시계방향), 후면, 전면 디자인. 서재근 기자


먼저 디자인을 살펴보면, 사진보다 실물에서 전해지는 느낌이 훨씬 더 길고, 높고, 크게 느껴진다. 실제 아이오닉 9의 전장과 전폭은 각각 5060㎜, 전폭 1980㎜로 한발 앞서 출시된 신형 팰리세이드와 같고, 축간거리는 3130㎜로 160㎜가 더 길다. 전고는 1790㎜로 팰리세이드보다 15㎜ 낮다.

특히 실내 공간을 확보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영향을 차지하는 축간거리가 경쟁 모델인 EV9(3100㎜)보다 더 긴, 사실상 현존 국산 전기차 최고 수준을 확보해 공간 활용성에서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하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바탕으로 3열까지 구현된 플랫 플로어 역시 광활한 공간감을 구현하는 데 한몫을 했다.

생김새의 경우 보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평가가 나뉠 수밖에 없겠지만, 아이오닉 브랜드의 디자인 특징인 파라메트릭 픽셀로 촘촘하게 메워져 있는 주간주행등(DRL)과 수직형태의 헤드램프, 차량 후면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 라인이 인상적인 측면 디자인은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세련미가 느껴졌다.

다만 후면 디자인은 다소 과하게 직각으로 떨어져 있는 형태를 띄고 있어 마치 롤케이크를 뚝 잘라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여기에 테일게이트의 테두리를 빼곡히 채운 픽셀 램프가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현대차 엠블럼 형상의 차키 디자인만큼이나 아쉬운 부분이다.

아이오닉 9 실내. 서재근 기자


아이오닉 9 실내. 서재근 기자


실내 디자인의 경우 스티어링 휠 생김새와 12.3인치 디스플레이, 물리버튼과 터치형버튼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센터패시아 조작계 등 많은 부분에서 팰리세이드와 매우 닮았다.

사소한 부분일 수 있지만, 운전자의 입장에서 팰리세이드와 비교해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요소도 있다.

먼저 클러스터(계기판)와 하나로 연결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대시보드 하단에 움푹 들어간 형태를 띄고 있는 팰리세이드와 달리 외부에 드러난 형태로 디자인돼 개방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특히 팰리세이드에서 아쉬움으로 남았던 센터콘솔의 활용성은 아이오닉 9에 훨씬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두 모델 모두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와 2개의 컵홀더가, 뒤쪽으로 각종 물건들을 수납하는 콘솔박스가 배치된 것은 같다.

그러나 팰리세이드가 콘솔박스가 너무 뒤쪽으로 배치돼 있어 사실상 주행 중에는 물건을 넣고 뺄 수 없을 만큼 불편했던 것과 달리 아이오닉 9은 상대적으로 앞쪽으로 배치돼 사용이 용이했다.

아이오닉 9에 적용된 디지털 사이드 미러. 서재근 기자


아이오닉 9에 적용된 디지털 사이드 미러. 서재근 기자


시승차의 경우 선택사양인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적용됐다. 현대차에 따르면 기존 양산형 디지털 사이드미러 대비 4% 수준의 사용성 개선을 이뤄냈다고 한다. 화면도 매우 선명하고, 사각 없이 많은 정보를 전해주기는 하지만, 이질감은 여전하다. 평소 운전이나 주차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해당 옵션은 선택하지 않은 것을 추천한다.

타격식 마사지 기능이 탑재된 2열 전동 독립시트의 경우 장거리 운행 때에도 피로가 느껴지지 않을 것 같은 안락함을 제공한다. 3열 공간도 성인 여성이나 아이들이 타기에는 충분할 만큼의 공간을 갖췄다.

주행 성능을 살펴보면, 먼저 많은 예비 구매자들이 궁금해할 ‘주행가능 거리’ 부분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아이오닉 9은 현존 최대 용량의 110.3㎾h 배터리를 탑재해 현대차 전기차 라인업 중 가장 긴 532㎞(19인치 휠 2WD 복합 주행거리 기준)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달성했다.

아이오닉 9에 탑재된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활성회된 모습. 서재근 기자


아이오닉 9 프렁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트렁크, V2L 기능, 2열 빌트인 냉장고. 서재근 기자


이날 시승차의 경우 성능형 AWD 모델로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501㎞다. 특히 아이오닉 9은 ‘아이 페달’ 외에도 내비게이션과 연동된 스마트 회생 시스템이 적용됐는데 차량이 스스로 내비게이션 정보에 따라 회생 제동 강도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어 초보 전기차 오너들이 전비 운전을 하는 데 있어 매우 유용할 것 같다. 회생 제동에서 느껴지는 이질감도 적다. 실제 이날 100㎞ 구간을 주행하면서 클러스터에 표기된 주행가능 거리는 실제 이동 거리보다 절반 수준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주행 성능 역시 패밀리카를 지향하는 대형 SUV라는 점을 고려하면 훌륭하다. 일반 동급 내연기관에 비교하면 월등한 수준이다. 시승 차량은 최고 출력 315㎾(428마력), 최대토크는 700Nm(71.4㎏f·m)의 동력성능을 갖췄다. 가속페달에 전해지는 압력과 비례해 움직이는 전기차 특유의 가속력은 2.5톤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를 제어하는 데 조금의 모자람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오닉 9 차선유지 보조 기능이 활성화된 모습. 서재근 기자


주행을 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차선 유지 보조(LKA) 기능이다. 지금까지 현대차·기아에서 출시된 차량 가운데 가장 적극적이다. 일반 국도 및 고속도로 구간은 물론 곡선이 심한 인터체인지 진입로에서도 시속 50㎞ 수준의 속도로 달리면 차량이 중심을 놓치지 않는다.

아이오닉 9의 판매가격은 트림에 따라 6715만~7941만원(세제 혜택 적용 가격)이다. 기본모델인 익스클루시브 트림의 경우 국비 보조금과 지방비 보조금을 고려했을 때 6000만원 초중반대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옵션을 고려하면 사실상 6000만원 후반에서 7000만원 초반대에 차량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 경쟁력에 대한 평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동급 최고 수준의 공간활용성, 배터리를 활용해 외부 전자기기 충전기기를 충전시킬 수 있는 ‘V2L’과 같은 전기차 특유의 편의성과 동력성능, 내연기관 모델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유지비용 등을 고려하면 ‘패밀리카 시장’에서 충분히 매력 있는 선택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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