숄츠 독일 총리 “밴스 부통령 발언을 단호히 거부한다”
유럽 “밴스가 우리를 모욕” 격앙 속 불쾌감 감추지 않아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J.D. 밴스 부통령. [로이터]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독일에서 세계 최대 안보국제회의인 뮌헨안보회의(MSC)가 개막한 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이 동시에 ‘유럽 때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14일(현지시간) 기조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마을의 새 보안관’(new sheriff in town)으로 표현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미국에 적응할 것을 압박했다.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하에서 우리는 당신들과 견해를 달리할 수 있지만 우리는 당신들이 공론의 장에서 생각을 말할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유럽에 대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러시아도 중국도 아니며 다른 어떤 외부 행위자도 아니다”라면서 “내가 걱정하는 것은 유럽 내부로부터의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근본적인 일부 가치로부터 유럽이 후퇴하고 있다”며 “유럽 전역에서 언론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밴스 부통령은 뮌헨에서 전날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가 차량을 몰고 군중을 향해 돌진해 30여명이 부상한 사건을 거론하며 유럽이 이민 문제와 관련해 “행로를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경통제를 강화하는 것과 달리 난민 수용을 포함한 이민자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관용적인 유럽을 향해 정책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반면 밴스 부통령은 유럽이 가장 관심을 두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관련해선 합리적인 타결에 도달하기 희망한다는 원론적 입장 표명에 그쳤다.
또 “미국이 위험에 처해 있는 세계 다른 지역에 집중하는 동안 유럽인들은 (자기 방어)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동맹의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국방비 지출 확대를 압박했다.
밴스 부통령은 연설 뒤 독일 정치권이 거리를 두고 있는 극우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와 회동을 갖기도 했다.
유럽은 밴스 부통령의 연설 이후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조금 전 미 부통령이 유럽 전체의 민주주의를 의심하는 발언을 했다”며 “내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그는 유럽의 상황을 일부 권위주의 정권에서 만연하는 상황과 비교했는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밴스 부통령의 발언 내용을 단호히 거부한다”면서 “독일의 민주정당들 사이에는 나치의 경험으로 인해 극우정당에 대한 ‘방화벽’이라는 공통의 합의가 있다”고 반박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뮌헨에 자리한 유럽 당국자들이 밴스 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부당하고 사실이 아닌 주장”이라며 경악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고위 유럽연합(EU) 외교관은 “그가 우리에게 설교하고 우리를 모욕했다”면서 뮌헨안보회의 분위기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NATO의 확장이 러시아와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을 때처럼 충격적인 분위기였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밴스 부통령의 손을 들어주며 유럽 때리기에 동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에서 자유가 후퇴한다는 밴스 부통령의 연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유럽은 그들의 훌륭한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잃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유럽은 조심해야 한다. 밴스 부통령은 이민에 대해 말했는데 유럽은 큰 이민 문제가 있다”며 “범죄가 어떻게 됐는지 봐라. 유럽 각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봐라”고 반문했다.
유럽의 충격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밴스 부통령을 적극 두둔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