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백악관 집무실서 밴스 두둔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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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의 극우정당 AfD(독일대안당) 대표를 만난 JD 밴스 미 부통령을 두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밴스 부통령의 뮌헨안보회의 연설 관련 질문에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은 그들의 훌륭한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은 조심해야 한다. 그(밴스)는 이민에 대해 말했는데 유럽은 심각한 이민 문제를 안고 있다. 범죄가 어떤지 봐라. 유럽 각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봐라”고 말했다.
앞서 밴스 부통령은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유럽이 직면한 “내부로부터의 위협”에 우려를 표하고 “유럽 전역에서 언론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당신들이 공론의 장에서 생각을 말할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유럽 정부들이 각국에서 급부상하는 극우 정당을 경계하고, 혐오 발언과 극단주의 사상이 확산되지 않도록 온라인 규제 등을 도입하는 움직임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됐다.
밴스 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구상을 밝힐 것으로 예상됐으나, 극우 정당을 옹호하고 유럽 각국을 권위주의에 비유하는 발언을 내놔 유럽 정치인과 외교관들은 큰 충격 속에 반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두둔한 것이다.
밴스 부통령은 이날 독일 현지에서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 대표를 만났다.
ZDF방송 등의 보도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이날 뮌헨 시내 한 호텔에서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와 회동했다.
바이델 대표 대변인은 두 사람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독일 정치권의 일명 ‘방화벽’을 주제로 약 30분간 대화했다고 슈피겔에 전했다.
방화벽은 ‘AfD와 어떤 경우에도 협력하지 않는다’는 독일 연방의회 원내정당들의 원칙이자 금기를 일컫는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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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밴스 미 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EPA] |
밴스 부통령은 이날 바이델 대표를 만나기에 앞서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민주주의는 민심이 중요하다는 신성한 원칙에 기반한다. 방화벽의 자리는 없다”며 AfD를 배척하는 독일 정치권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인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오는 23일 독일 연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AfD를 지원해 논란을 빚었다.
AfD는 20% 넘는 여론조사 지지율로 총선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방화벽 때문에 연립정부에 참여할 가능성이 차단돼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25일 AfD 유세에 화상으로 참여한 연설에서 ‘독일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밴스 부통령은 전날 뮌헨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이 벌인 차량 돌진 사건을 언급하며 이민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또 “마을에 새 보안관이 왔다”며 트럼프 체제에 적응하라고 촉구했다.
독일 정치권은 그의 연설에 충격받은 분위기다.
밴스 부통령에 뒤이어 단상에 오른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유럽의 상황을 일부 권위주의 정권에서 만연하는 상황과 비교했는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엑스(옛 트위터)에 “밴스 부통령의 발언 내용을 단호히 거부한다. 독일의 민주정당들 사이에는 나치의 경험으로 인해 극우 정당에 대한 방화벽이라는 공통의 합의가 있다”고 썼다.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 주총리 겸 기독사회당(CSU) 대표는 밴스 부통령의 연설 때 황당하다는 듯 웃으며 좌우를 둘러보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