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밴스 회동 “트럼프 결단 중요”
밴스 “대화가 중요하다 정도 말하겠다”
유럽 “새로운 미국 우리와 다른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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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밴스(오른쪽 두번째) 미국 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두 번째) 우크라이나 대통령 1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앞서 회동을 갖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독일에서 막을 올린 세계 최대 국제안보회의인 뮌헨안보회의(MSC)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을 집중 논의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 간 시각차를 드러내며 서방세계가 균열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조속한 종전을 강조하며 합리적인 타결책을 거론하는 등 원론적 입장만 내세운 가운데 유럽은 미국의 일방독주식 행보에 불만을 표출하며 러시아에 유리한 ‘가짜 평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독일을 찾은 JD 밴스 미 부통령은 유럽의 관심이 쏠린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관련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갈등을 협상에 따른 해결로 이끌 방안을 논의하겠다”면서 “합리적인 타결책”이라는 원칙만 제시했다.
밴스 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동을 가진 뒤 “우리는 전쟁을 끝내고 살상을 멈추길 원한다”며 “그러나 몇 년 뒤 다시 동유럽이 분쟁에 휘말리게 될 평화가 아닌 견고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필요한 대화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은 이 정도만 말하겠다. 책임감 있게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을 ‘마을의 새 보안관’(new sheriff in town)으로 표현하며 유럽이 바뀐 미국에 적응할 것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뮌헨안보회의 기조연설에서 유럽의 언론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며 이민 정책의 전환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국방비 지출 확대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종전 협상 개시에 합의했다고 기습 발표하고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시도를 전쟁 발발 원인으로 꼽는 등 미국 일방주의를 경계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새로운 미 행정부는 우리와 매우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다”며 “기존의 규칙, 파트너십, 기존에 구축된 신뢰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유럽이 바뀐 트럼프 행정부를 수용해야 한다면서도 “이런 세계관이 지배적인 패러다임이 되는 것은 국제사회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고 지적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밴스 부통령에게 “가짜 평화는 러시아의 추가 침략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실패한 우크라이나는 유럽뿐 아니라 미국도 쇠약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이 세계의 독재주의자들은 이웃을 침공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국경을 침범했을 때 처벌이 이뤄지는지, 실질적 억지력이 있는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밴스 부통령과 회담에 앞서 미국·유럽과 공동계획을 수립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종전을 논의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의 전쟁 종식을 위한 준비된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러시아와 종전을 위한 협상을 서두르지만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과 파병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자 불안감을 표출한 셈이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평화를 매우 원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진정한 안전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밴스 부통령과 회동 뒤에는 “좋은 대화를 나눴다. 첫 만남이고 마지막이 아닐 걸로 확신한다”며 “더 대화하고 협력해 푸틴을 막을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는 “우리는 최대한 빨리 실질적이고 확실한 평화로 나아갈 준비가 됐다”면서 “전쟁을 멈추고 우크라이나의 정의와 안보 보장을 도울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글을 남겼다.
일각에선 종전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시각차가 노정되면서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내 러시아와 평화 합의 이행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우선순위가 유럽이 아니라는 점에 경각심을 느낀 유럽이 물밑에서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현재까진 초기 단계 논의로 세부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