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5년 이상 진행 MC=경쟁력 악화? 김재원·윤인구·강승화 교체 통보[서병기 연예톡톡]

6시 내고향

KBS ‘아침마당’ ‘6시내고향’ ‘진품명품’ MC 교체 지시에 제작진 반발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기자]KBS 사측이 지난 4일 교양다큐센터의 PD들에게 “MC의 진행 경력이 5년 이상된 교양프로그램은 예외 없이 진행자를 변경한다. 내일(화요일)까지 교체안을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려 해당 PD뿐만 아니라 KBS PD협회도 반발하고 있다.

KBS PD협회에 따르면, 이 기준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은 ‘아침마당’ ‘6시내고향’ ‘TV쇼 진품명품’ 등 KBS의 대표적인 교양 프로그램들이다. 모두 30년 남짓 방송된 장수프로그램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측으로부터 교체 대상이 된 진행자는 김재원 아나운서(‘아침마당’)와 윤인구 아나운서(‘6시 내고향’), 강승화 아나운서(‘진품명품’) 등이다.

이재정 교양다큐센터장은 최근 TV위원회에서 “MC 교체는 프로그램을 젊게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말한 바 있다. 사측은 오는 3월 3일 KBS 공사창립기념일에 맞춰 새 진행자를 투입한다는 일정까지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침마당

해당 프로그램 PD들은 현 MC를 교체할 의향이 없음을 CP와 국장께 전달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KBS PD협회의 성명을 통해 밝혔다.

“한 프로그램의 MC를 교체한다는 것은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좌우할만큼 중차대한 일입니다. 그런데 MC 교체가 거론되는 프로그램들은 최근 경쟁력에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시청률은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동시간대 타 방송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뜬금없이 MC 교체를 해야하는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찾기 힘듭니다.”

“일선 제작진은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성급한 MC 교체를 말하기 전에 교양다큐 영역의 미래 비전은 무엇인지, 우리는 앞으로 어떤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각 프로그램을 제작할지에 대한 간부들의 철학부터 PD들과 공유되어야 한다’라고 말입니다. 그 비전과 목표에 맞춰 MC나 세트, 구성에 대한 변경이나 검토가 이뤄져야 합니다.”

“또 하나, PD들이 당황한 이유는 교체의 ‘기준’에 있습니다. 아나운서는 아무리 진행을 잘해도 5년이 지나면 프로그램을 떠나야 합니까? 프로그램 진행 경력이 4년반인 아나운서가 있다면 앞으로 6개월후, 똑같은 기준으로 해당 MC도 교체할 겁니까?”

마지막으로 KBS PD협회는 “지금이라도 MC 교체와 관련한 일방적인 지시를 철회하십시오. 또한 MC 선정을 비롯한 프로그램의 변화를 꾀하고 싶다면 최우선적으로 제작진을 직접 만나 의견을 청취하십시오. 그리고 해당 프로그램의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비전부터 제시하십시오”라고 밝혔다.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지난 10일부터 KBS 사내에서 피켓 시위도 벌이고 있지만 KBS 수뇌부는 아직 후속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KBS 센터장, 국장 등 간부들이 일선 제작진들과 프로그램에 대한 운영방식 등에 관한 소통 부족에서 기인했다. 사측이 “프로그램을 젊게 만들겠다는”는 철학을 가졌다면 제작진들에게 그렇게 방향을 정한 과정과 진행자 등 세부 계획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해 의견을 수렴한 후 발표했어야 한다.

그런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린 ‘5년 이상 진행 MC 교체’ 지시는 뜬금없다. 5년 이상 된 진행자를 바꾼다는 명분 뒤에 어떤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는 건 아닌지부터 의심받게 된다.

TV쇼 진품명품

지난 2013년 KBS 사측이 제작진과 소통 없이 ‘TV쇼 진품명품’MC를 교체해 제작진이 “제작 자율성을 침해 당했다”며 반발했고, 녹화장에서 고성이 오가다 녹화가 중단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보니 ‘낙하산’ ‘일방적’이라는 말이 반복돼 나오게 된다.

‘아침마당’ ‘6시내고향’ ‘TV쇼 진품명품’ 진행자들은 장수 프로그램에 들어와 다년간 나름대로 시청자들과 신뢰를 구축해 시청자들이 친근감과 익숨함을 느끼고 있는 진행자들이다. 프로그램 시그널 뮤직만 나와도 진행자 얼굴이 떠오른다. 때문에 이들 MC 교체에 대해서는 많은 시청자들도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진행자 얼굴만 젊게 바꿔 새로운 변화를 꾀하겠다는 발상은 그냥 이뤄져서는 안된다. 많은 설명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MC 얼굴만 새롭게 한다고, 프로그램이 젊어지는가? 그런다고 경쟁력이 강화될까?

프로그램이 젊어진다는 뜻은 무엇이며, 중노년 시청자를 대거 확보하고 있는 이런 프로그램들을 젊게 만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아보지 않고 이런 발상을 해서는 안된다. 이런 식으로 MC를 교체해버리면 ‘5년 이상 진행 MC=경쟁력 악화 원흉’처럼 되어버린다.

KBS는 사측이나 일선 제작진이 모두 참가해 MC들에 대해서도 시청률이나 시청자들의 평가 뿐만 아니라, 진행자의 프로그램에 임하는 태도 그리고 제작진의 의견 등을 종합해 다면적인 평가를 내려 교체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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