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일제 식민사관…기상천외·망발”
보수 1위 달리는 金 “대권 생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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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보수 진영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또다시 설화에 휩싸였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구 선생의 국적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중국 국적을 가졌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공개 발언하면서다.
김 장관은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일제시대 김구 선생 국적이 뭡니까”라는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국사학자들이 다 연구해 놓은 게 있다”며 이같이 답해 논란의 불씨를 댕겼다. 지난해 8월 인사청문회에서 ‘일제시대 선조들의 국적은 일본’이란 취지의 답변으로 비판받은 것의 연장선이다.
최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도 “일제시대 우리 선조들 국적은 뭡니까”라고 물었고, 김 장관은 “제가 이미 국회에서 여러 번 답변을 드렸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 의원은 이에 “비겁하다 생각한다”, “공부 더 하고 오시라”고 쏘아붙였다.
김 장관의 발언에 발끈한 인물 중에는 보수 진영의 또 다른 ‘잠룡’ 홍준표 대구시장도 있었다. 홍 시장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제강점기 대한민국 국민의 국적을 일본이라고 하는 것은 을사늑약과 한일합방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일제의 식민사관”이라며 “그렇게 보게 되면 일제하의 독립운동은 내란이 되고, 강제로 한 혼인도 유효하다고 보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김구 선생의 국적을 중국이라고 기상천외한 답변을 하는 것도 어이가 없는 일”이라며 “망발”, “참으로 유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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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 시작일인 14일 대구 남구 봉덕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뒤 조재구 남구청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
홍 시장의 비판은 사실상 보수 1위 주자에 대한 ‘견제구’란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김 장관은 12%를 얻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34%)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이 대표와 격차는 상당하지만, 보수 주자 중 유일한 두 자릿수인 데다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각각 5%,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1%에 그쳤다.
홍 시장의 견제구를 놓고 “생각보다 이르다”란 반응도 나온다. 김 장관의 지지율 기반이 강성 보수 지지층인 만큼, 이를 흡수하기 위해서라도 보수 주자들이 김 장관에 대한 공격을 자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김 장관에 대한 지지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층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다. 한국갤럽이 같은 기간 실시한 ‘대통령감 인식 조사’에 따르면 김 장관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보수 주자 중 가장 높은 ‘적극 지지(28%)·지지 의향 있음(36%)’ 응답을 받았다. 보수층에서도 마찬가지로 ‘적극 지지(24%)·지지 의향 있음(31%)’로 가장 높았다.
정작 김 장관은 대선 출마와 관련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김 장관은 최민희 의원이 “대권 나가십니까”라고 물었을 때도 “지금 전혀 그런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 4일 국회에서도 취재진에게 “(조기대선 출마를) 전혀 검토하거나 생각한 건 없다”고 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조기대선 관련 발언을 자제하는 여권 주류의 분위기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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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현안 관련 대정부질문에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
한편 대정부질문 자리에서는 정부 정책과 무관한 김 장관의 일생을 조명하는 질문이 나와 ‘김문수 띄우기’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김 장관에게 “제가 알기로는 장관님은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알고 있는데 친일파라는 비난이 있다”, “위장취업, 수배, 학적 재적, 투옥, 회고 등 노동운동가 김문수를 상징하는 키워드”라고 말했다. 또 “전태일 열사 어머니이신 우리 이소선 여사님께서도 문수는 내 아들이라고 하셨다던데 어떤 사연이 있느냐”고 물었다.
임 의원의 질문에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항의와 실소가 동시에 나왔다. 김 장관이 답변을 마치고 자리에 들어선 뒤에도 항의가 이어지자, 임 의원은 “민주당 의원님들이 김문수 장관님한테 굉장히 민감하신 거 보니까, 장관님께 쫄리는 게 많은가”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