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000만원도 안됐어?” 日 애니산업의 그림자

日 애니메이터 연봉, 美 절반 수준
인공지능 발전으로 일자리 위협도


일본 도쿄 시내 한 영화관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포스터가 걸려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 내 애니메이터 처우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여파로 일자리마저 위협받고 있어 업무환경 개선 여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14일 블룸버그통신 아시아판에 따르면 일본의 20대 애니메이터 연봉은 약 200만엔(약 1893만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연령대의 평균 연봉이 300만엔(약 2840만원)인 것과 비교했을 때 열악한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애니메이터 초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숫자”라고 전했다.

매년 성장을 거듭하는 일본 애니 산업에 비하면 대조적인 현상이다. 일본 기업 정보 제공업체 테이코쿠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2023년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들의 매출은 3390억엔(약 3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9% 성장했다. 테이코쿠 데이터뱅크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낮은 연봉을 받는 일본 애니메이터들은 과로, 성폭력 등에도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유엔인권위원회는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이 열악한 처우, 그리고 성폭력과 괴롭힘 사례를 지적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창작 노동자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무시, 지나치게 긴 근무시간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야마시나 히로시 매쿼리 자산운용 애널리스트는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은 해외 진출이 가능한 경쟁력 있는 일본 산업이다”고 높게 평가하면서도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은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이러한 관행 때문에 투자자들이 투자를 외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AI 기술 도입 등으로 처우가 더욱 열악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많은 저연차 애니메이터가 AI가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일부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필리핀 등 임금이 저렴한 국가로 지사를 옮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어린 시절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열악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해당 산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라며 “애니메이터는 여전히 어린이들이 꿈꾸는 최고의 직업 중 하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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