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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오른쪽)과 로버트 패틴슨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75회 베를린영화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
최근 영국 런던 시사회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에 대해 해외 언론이 열렬한 호평을 보내고 있다.
16일 영화 평가 사이트 메타크리틱에 따르면 ‘미키 17’은 100점 만점에 74점의 평론가 점수를 기록했다.
미국과 영국 등 해외 매체의 평론가 15명이 매긴 점수의 평균치를 낸 것이다. 10명은 긍정적(75∼100점), 5명은 중립적(40∼74점) 반응을 내놨다. 현재까지 부정적(0∼39점)인 평가를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미키 17’은 봉 감독이 ‘기생충’(2019)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등을 휩쓴 뒤 6년 만에 선보인 신작이다. 제작 확정과 동시에 전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이 원작인 이 작품은 얼음으로 덮인 우주 행성 개척에 투입돼 위험한 임무를 맡고 죽음을 반복하는 복제인간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의 여정을 그렸다. 열일곱번째 미키가 죽지 않은 상태에서 열여덟번째 미키를 맞닥뜨리면서 스토리가 급전개 된다.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메타크리틱을 통해 ‘미키 17’에 만점인 100점을 매기고 “노동 계급을 위한 SF”이자 “한 남자가 자신이 행복해져도 괜찮다는 사실을 배워가는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또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빠르게 공화당 정권에 굴복하는 가운데, 냉혹하면서도 묘하게 삶을 긍정하는 반(反)자본주의 SF 영화”라며 “‘미키 17’은 마지막으로 (정치적 압박의) 문턱을 넘는 정직한 예술 작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91점을 준 미국 영화 매체 인디와이어는 ‘미키 17’이 ‘설국열차’(2013)와 ‘옥자’(2017)의 장점을 합친 작품이라며 봉 감독이 현재까지 내놓은 영어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인디와이어는 “단순히 봉준호가 자본주의를 증오한다는 걸 보여주는 ‘또 하나’의 걸작이 아니다”라며 “봉준호가 얼마나 인간을 사랑하는지 보여주는 ‘첫 번째’ 영화”라고 강조했다.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독재자 마샬 캐릭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떠오르게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연기 방식과 묘사가 지나치게 노골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마샬의 얼굴에 새겨진 트럼프식 냉소적 표정이나 순진한 개척민들이 쓰고 있는 붉은 야구 모자는 메시지를 너무 뻔하게 드러낸다”고 했고, 버라이어티는 “봉준호는 아마도 우리 현실이 그보다 덜 우스꽝스럽지 않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마샬을 보는 건) 너무 피곤하게 느껴진다”고 평했다.
주인공 미키 역의 패틴슨의 연기는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인디와이어는 “패틴슨 (커리어 중) 최고의 연기”라며 “카리스마를 억제한 채 온갖 괴짜 캐릭터를 탐구하고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대사를 전달한다”고 칭찬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패틴슨은 미키 17과 미키 18을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만들어냈다”며 “두 캐릭터가 서로를 죽이려 하는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극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