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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수입 알루미늄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사인한 뒤 발언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
[헤럴드경제=권남근 기자]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2일께 수입차 관세를 내놓겠다고 예고하면서다. 아직 구체적인 부과 방식과 시점도 확정되지 않아 불안감은 증폭되는 분위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도 비켜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유럽 등 대미 수출국은 물론 포드 등 미국 제조사들까지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전체 수요 침체로 미국 자동차 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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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차들이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 |
대미 자동차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707억8900만달러로, 이중 대미 수출액은 347억4400만달러로 비중이 50%에 이른다. 작년 현대차·기아와 한국GM의 미국 수출량은 각각 97만대, 41만대가량이다. 한국은 한미FTA에 따라 관세 없이 자동차를 수출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이나 FTA 체결국에도 예외를 두지 않겠다고 공언히고 있다. 한국 자동차에 10%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은 약 4조3000억원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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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024 LA 오토쇼(2024 Los Angeles Auto Show)가 열린 LA 컨벤션 센터에 아이오닉 9 사진이 걸려있는 모습. [연합] |
현대차그룹은 미국 생산을 늘려 관세 타격을 최소화하는 한편 현지 파트너십 구축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기아 조지아공장의 총 연간 생산량을 118만대까지 끌어올려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독일과 일본 완성차업체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토모티브뉴스가 인용한 글로벌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판매량 가운데 수입 물량 비중은 독일 폭스바겐그룹(80%)이 가장 컸다. 현대차·기아(65%)가 두 번째였고 메르세데스-벤츠(63%), 르노·닛산·미쓰비시(53%), BMW(52%), 도요타(51%), 혼다(35%)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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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판매량 |
특히 독일로서는 최근 유럽이 미국 상호관세의 첫 번째 표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미국이 수입차에 대해 2.5%의 관세만 부과하지만, EU는 미국의 4배인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백악관은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최근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만을 대상으로 한 관세가 언급되지 않아 한시름 덜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점점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체에 악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들의 관세 부담이 차량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전체 시장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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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CES 2025 개막에 앞서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도요타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참가한 토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회장 [연합] |
GM의 미국 내 판매량 가운데 수입 비중도 46%였고 스텔란티스는 45%, 포드는 21%로 집계됐다. 미국 완성차업체도 트럼프 정부 관세 충격파에서 자유롭진 못한 셈이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강하게 만들고 미국의 자동차 생산을 늘리겠다고 말해왔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큰 비용과 많은 혼란”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