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 빅데이터 분석 활용해 병역면탈 범죄 대응

170만명 병역판정검사·병역처분 내역 데이터 분석
수사착수 시간 30% 단축…신속·효과적 수사 기대


병무청은 병역면탈 범죄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병무청관계자가 신경정신과 병역면탈 의심군을 분류하기 위해 데이터분석을 하고 있다.[병무청 제공]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지난 2023년 12월, 허위 뇌전증(간질)으로 병역면탈을 하거나 이들을 도왔던 브로커 등 130명 전원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병무청와 서울남부지검이 2022년 12월 초부터 병역면탈 합동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벌인 결과였다.

당시 검찰이 밝혔던 공소 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9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병역면탈자 등과 공모해 거짓으로 뇌전증 환자로 행세하도록 지시하고 이들이 허위진단서를 발급받도록 도왔다.

이후 병역면탈자들은 해당 허위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았다.

병역면탈자 중에는 의사와 연예인, 프로운동선수, 프로게이머 등이 포함돼 사회적 파장이 상당했다.

이 사건 이후 병무청은 날로 고도화하는 병역면탈 범죄를 예방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하기로 했다.

병역면탈은 병역이행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훼손하는 중요 범죄로 사회적으로도 민감한 이슈라는 판단에서 유사 사건을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차원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16일 “병역판정검사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질환을 속이거나 병역 기피를 위한 허위진단서 발급 등이 주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이런 면탈 범죄의 은밀성과 다양성은 전통적인 수사 방법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병무청은 빅데이터 분석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170만명에 대한 병역판정검사 결과와 병역처분 내역 등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사용됐다.

데이터 분석 기법으로는 병역면탈 가능성을 확률적으로 계산하는 로지스틱 회귀 분석 기법과 탐색적 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했다.

로지스틱 회귀 분석을 통해서는 정신질환을 이유로 병역면탈자 특성에 속하는 의심군을 추출했다.

추출결과 병역면탈자는 일반수검자에 비해 신경정신과 질환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무청 관계자는 “정신질환을 사유로 한 병역면탈 의심군을 찾아내는 분석 과정은 기존 제보 중심의 수사와 큰 차별점을 보인다”며 “데이터 분석을 통해 면밀하게 검토된 의심군은 추후 수사 과정에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예로 “범죄이력이 있는 면탈자의 경우 신경정신과 질환으로 병역감면 처분을 받는 비율이 높다”며 “이런 분석 결과는 면탈 의심군을 더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예측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봤다.

탐색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는 병역판정검사와 면탈자 간의 패턴을 도출하고 중점관리질환 32종 중 특정 질환의 증가 추이 파악이 가능했다.

병무청은 병역면탈에 악용되는 질환을 병역판정검사 규정 제31조에서 중점관리대상 질환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천식과 사구체질환, 조현병, 우울장애, 턱관절장애 등 22개 질환은 속임수를 쓰는 질환으로, 손가락 결손과 어깨관절의 불안정성 등 8개 항목은 신체손상 질환으로, 본태성 고혈압과 아토피성 피부염은 치료방치 질환으로 구분한 것이다.

그런데 이 중 조현병과 우울장애 등 12개 질환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식별됐다.

병무청 관계자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분류 모델 개발로 면탈 의심군 목록 추출 절차가 간소화됐다”며 “수사 착안 사항이 체계적으로 도출돼 과학수사가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존보다 수사 착수 시간이 30% 이상 단축됐다”며 “더 신속하고 효과적인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병무청은 이같은 분석 모델 구축 결과를 바탕으로 병역면탈 예방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하고 있다.

병무청은 “지난해 구축된 ‘공정병역지킴e시스템 구축사업’에 이번 분석 모델을 적용해 병역면탈 가능성을 사전에 진단하고 병역이행 적정성 검증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분야로 데이터 정책수립을 위한 노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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