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합] |
[헤럴드경제=윤호 기자]60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에게 저항하다 혀를 깨물어 중상해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최말자(78) 씨의 재심이 시작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재욱)는 최근 최씨의 중상해 사건 재심 기각결정에 대한 항고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진술서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된다”며 “재심청구의 동기에 부자연스럽거나 억지스러운 부분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영장 없는 체포·감금이 이뤄졌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당시 18세이던 1964년 5월 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 노모(당시 21세) 씨의 혀를 깨물어 1.5㎝가량 절단되게 한 혐의(중상해죄)로 부산지법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성폭행에 저항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으나 당시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씨에게는 강간미수를 제외한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만 적용돼 최씨보다 가벼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최씨는 사건이 있은 지 56년 만인 2020년 5월 용기를 내 재심을 청구했으나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은 수사 과정에서 ‘검사가 불법 구금을 하고 자백을 강요했다’는 최씨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3년 넘는 심리 끝에 최씨 주장이 맞는다고 볼 정황이 충분하고, 당시 재심 대상 판결문·신문 기사·재소자 인명부·형사 사건부·집행원부 등 법원 사실조사가 필요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법원은 재심을 신청하는 당사자에게 60년 전 사건에 대한 엄격한 증거를 요구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개인에게 ‘수사기관이 수사해 공소를 제기하고 적극적으로 공소 유지를 해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와 동일한 수준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함으로써 재심사유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