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심장부 금남로서 탄핵찬반 집회 ‘엇갈린 민심’

경찰, 차벽으로 공간 분리…충돌·마찰 없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및 석방 촉구 국가비상기도회에서 발언하는 전한길(사진 왼쪽) 한국사 강사와 탄핵을 촉구하는 ‘광주시민총궐기대회’에서 발언하는 황현필 한국사 강사.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공간인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1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 반대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리면서 엇갈린 민심이 표출됐다.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부터 금남로4가 교차로에서 열린 집회에는 12·3 비상계엄 이후 광주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 특히 보수진영 집회에는 부산, 대구, 서울 등 전국에서 모여든 집회 참여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민주당 텃밭으로 알려진 광주에서는 좀처럼 보기힘든 진풍경이 연출된 셈이다.

경찰은 기동대 버스로 구획을 나눠 찬반 양측이 물리적으로 충돌하지 않도록 질서 유지를 관리했고, 집회는 별다른 마찰 없이 마무리됐다.

보수성향 기독교단체 세이브코리아는 이날 오후 1시부터 4시간 45분 동안 금남로 3∼4가 일원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국가비상기도회를 개최했다.

세이브코리아는 이날 집회에 1만명이 참가할 예정이라고 경찰에 신고했고, 종료 이후에는 “총 15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15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석방을 촉구하는 국가비상기도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이후 광주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는 지난 8일 보수 유튜버 안정권 씨가 열었던 참가자 50여 명의 집회 이후 두 번째이다. 광주에서 열렸던 보수진영 집회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추정된다.

집회는 개신교 예배 형식으로 진행됐으나, 내용은 대부분 윤 대통령의 탄핵 반대와 야당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전국 각지에서 광주를 찾은 참가자들은 왕복 5차로 도로와 주변 인도를 가득 채우며 “대통령을 석방하라”, “부정선거 검증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예배 형식의 집회가 끝나고 나서 이어진 발언 시간에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 등이 연단에 올랐다.

전씨는 “제가 5학년 때인 1980년 광주 시민들께서는 이 자리 금남로에 모여 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피 흘리고 희생하셨다”며 “잊지 않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오늘 우리는 갈등과 분열을 위해 모인 것이 아니다. 화합과 통합을 위해 모였다”며 “전 세계가 경제 전쟁, 체제 전쟁 중인데 우리끼리 분열하고 싸우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15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비상계엄으로 탄핵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은 이날 제14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광주비상행동은 세이브코리아 측이 5·18 역사 현장인 금남로에서 탄핵 반대 기도회를 열자 당초 계획했던 5·18민주광장에서 금남로 1∼3가로 자리를 옮겨 ‘맞불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사전 행사에 약 1만3000명, 본 집회 참가자는 2만명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이날 집회에는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민주당 광주·전남 국회의원들,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소나무당·정의당 등 야권 인사들도 대거 동참했다.

풍물단의 길놀이로 시작한 광주시민총궐기대회는 자유발언, 공연, 현장 인터뷰 등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윤석열을 파면하라”, “극우세력 물러가라” 등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갔다.

역사 유튜버인 황현필 역사바로잡기연구회 소장은 발언 참가자로 무대에 올라 “5·18 당시 민주 투사들이 이곳을 지키다가 돌아가셨다”며 “한국 민주주의는 광주의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는데 그 피가 뿌려진 이 금남로에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내란 수괴를 지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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