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 5억·배우자 8억 증액 공제”
52시간 예외·25만원은 철회 시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을 향한 “말 바꾸기 행보”라는 여권의 비판이 거듭되는 가운데 상속세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주 52시간 예외 조항 적용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철회 등을 시사했지만 당내 반발에 부딪혀 실질적인 정책화가 사실상 좌초되자, 수도권 중산층을 달래기 위한 이슈 키우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기존 5억인 상속세 일괄공제 한도액을 8억으로, 배우자공제 한도액을 10억으로 각각 올리는 개편안을 추진한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자신의 SNS에 올린 ‘상속세 개편, 어떤 게 맞나요?’라는 제목의 글에 “일괄공제 5억, 배우자공제 5억을 각 8억, 10억으로 증액(18억까지 면세). 수도권의 대다수 중산층이 집 팔지 않고 상속 가능”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다수 국민이 혜택볼 수 있도록, 세금 때문에 집 팔고 떠나지 않고 가족의 정이 서린 그 집에 머물러 살 수 있게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겨냥 “최고세율 인하 고집은 수십 수백 수천억 대 소수 자산가만 이익”이라며 “법과 권력은 소수의 특권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상속세 완화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가시화된 조기대선을 염두에 둔 외연확장 전략이 깔려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집 한 채 가진 중산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상속세 완화는 매우 중요한 이슈”라며 “지난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이었다”라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그간 서울시의 집값이 많이 오른 반면 상속세 공제는 그대로여서 사망자의 15% 이상이 상속세 대상이 됐다”라며 “상속세가 중산층이 부담하는 세금이 돼버렸고, 이 부분을 완화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자신의 행보를 둔 여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 지도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던 주 52시간제 예외 등과는 달리, 이 대표가 제시한 상속세 완화안은 당내 견해차가 크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18일 민주당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연임에 성공한 직후 상속세 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이후로는 상속세와 관련된 공개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 당시 이 대표는 “현재 일괄공제 5억원, 배우자 공제액 5억원이라 10억원이 넘어가면 집값 초과분에 대해 세금 40%를 내야 하기 때문에 집을 팔거나 쫓겨나는 일이 발생한다”며 “이런 불합리한 경우는 좀 고치자”고 말했다.
이 대표가 글을 올린 이후 여야는 지난해 상속세 완화안의 처리가 무산된 원인을 따지는 책임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올린 글에 “이 대표는 이제 와서 마치 국민의힘이 상속세 세율 조정만을 주장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적었다. 송 의원은 “국민의힘은 최고세율 인하를 고집한 적이 없다”며 “지난해 상속세 개정은 정부와 국민의힘이 공제 확대 등을 포함한 여러 개정안을 내면서 말 그대로 세제 개편의 핫이슈였다. 중산층 부담 완화를 위해 일괄·배우자·자녀 공제 확대, 강소기업의 부담 완화를 위한 내용들이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곧장 반박에 나섰다. 그는 “억지 쓰며 비방이나 하는 집권당 국민의힘이 안타깝다”며 “상속세 공제한도 상향은 국민의힘이 ‘초고액자산가 상속세율 인하(50%→40%)를 주장하며 개정을 막아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동의하면 다음 주에라도 즉시 개정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라며 “명색이 집권여당인데 이런 억지소리에 저급한 비방이나 하고, 헌정파괴 동조나 하니 나라살림이 제대로 될 리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18억까지는 집 팔지 않고 상속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은 거짓말 아니니, 다음 주에 바로 상속세법 개정안 처리하자”라며 “누가 거짓말하는지 국민이 보는 앞에서 공개토론이라도 하자”라고 했다.
양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