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에서 충분히 규명하지 못한 내용
“이제와서 특검은 예산낭비·정쟁활용”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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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연합] |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비상계엄과 관련한 내란 혐의로 구속기소 된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문재인 전 대통령,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다수의 정치·사회계 인사 이름이 적혀있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해당 내용은 기존에 작성된 검찰 공소장에 빠진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 전 정보사령관이 작성한 70쪽 분량의 수첩에는 정치권·언론계·민주노총·전국교직원노동조합·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어용판사’ 등이 체포 대상 500여명에 포함됐다. 방송인 김제동씨와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 이름까지 나왔으며 “수거 대상 처리 방안”, “사살” 등의 문구도 담겼다.
수첩에는 “D-1”, “D” 등과 같이 날짜별로 비상계엄 계획을 세운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비롯해 “담화”, “전국민”, “선별”, “출금(출국금지) 조치” 등의 표현도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 개정(재선∼3선)”, “후계자는?” 등 계엄 이후 구상을 적은 것으로 의심되는 문구나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단순히 자기 생각을 적은 것인지, 아니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계엄을 준비하며 남긴 흔적인지, 수첩에 쓴 내용을 현실화하려 했는지 등은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등을 내란 혐의로 기소할 때도 수첩 관련 내용은 공소장에 담지 않았다. 메모가 파편적으로 기재돼 있어 해석의 여지가 많고, 노 전 사령관이 작성 경위 등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아 계엄과의 관련성 등을 더 따져봐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상원 점집’에서 수첩을 확보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필적 감정을 의뢰했지만 ‘감정 불능’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에게 계엄의 중요 역할을 부여해 수첩에 적힌 계획을 함께 모의한 이들에 대한 규명이 없었던 만큼 지금이라도 특검을 출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검이 출범하면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윤 대통령 등에 대한 중복기소는 불가능하지만, ‘노상원 수첩’ 등에 대한 추가수사와 공소유지를 특검이 전담하게 된다.
다만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검찰과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부재논란은 기소 이후이기 때문에 향후 문제가 되더라도 특검 출범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당에서는 이제와 특검을 출범하는 것은 예산낭비일 뿐더러, 야당이 혹시 모를 조기대선에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일 뿐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노상원 수첩’이나 ‘국회 단전’ 등 추가적으로 알려진 정황은 사실을 규명할 경우 공소장 변경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지금 특검을 출범하는 실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