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뛰는데 비트코인은 역주행

2월 비트코인·금 현물 상관계수 ‘-0.588’

비트코인, 미국 S&P500과 동조화 강해져

“장기적 가치 저장 수단 인정 흐름” 평가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의 지위에 최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 심화 속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에 요동치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헤지 수단으로 작동하기 힘들 것이란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며 최근 ‘사상 최고가’ 기록 경신을 이어가는 금과 수익률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역(逆) 동조화’ 현상 역시 21개월래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17일 헤럴드경제가 인베스팅닷컴이 집계한 일별 비트코인·금 현물 종가 간의 상관계수를 도출한 결과 지난 14일 종가 기준 이달 수치는 ‘-0.588’로, 2023년 6월 기록했던 ‘-0.837’ 이후 가장 강력한 ‘역의 상관관계’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관계수는 ‘-1’에서 ‘+1’ 사이의 숫자로 표현되며,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 간에 완벽한 ‘양의 상관관계(동조화)’, ‘-1’에 가까울수록 ‘음의 상관관계(역동조화)’를 갖는다고 읽힌다.

2월 들어서 금 현물 가격은 온스(oz)당 2801.00달러에서 2883.18달러로 2.93% 상승했다. 지난 11일엔 장중 2943.25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고, 12·13일에는 종가 기준으로 2900달러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반면, 비트코인 가격은 10만2424.20달러에서 9만7504.60달러로 4.80%나 하락했다.

‘친(親)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임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전 기대감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11만달러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비트코인과 금 현물 가격의 상관계수는 0.709에 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우방국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 위협’을 지속한 2월엔 안전자산으로서 가치가 더 커진 금과 달리 비트코인 가격은 탄력을 받지 못했다.

연간 기준으로 봤을 때도 지난 2022년(0.752) 이후 2023년(0.695), 2024년(0.655)까지도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던 비트코인과 금 현물 가격은 올해 들어선 ‘-0.055’로 ‘음의 상관관계’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비트코인 가격은 ‘위험자산’의 대표 격인 미국 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0.436’의 상관계수를 기록하며 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현재가 비트코인을 단순한 투기적 자산이 아니라 장기적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정하려는 흐름의 출발점이란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편입시켜 인플레이션 대응 수단으로서 역할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가상자산 실무 그룹’을 신설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실무그룹은 6개월 내 가상자산 입법 관련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하게 되는데, 여기에 비트코인을 디지털 전략자산으로 비축하는 내용이 담길 지 관심이 집중된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지난달 21일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정책의 방향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달러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 발행 확대도 가상자산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그간 일반 화폐에 비해 약점으로 꼽힌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 달러 패권 강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스테이블 코인 시장은 지난해에만 전년 대비 48% 성장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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