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미국기업 대상 ETF도 하락세 멈추고 상승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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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 기술자가 전선 수리 공사를 하는 모습 [AFP] |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중국 인공지능(AI) 개발 스타트업 딥시크 충격으로 일제히 하락했던 전력 관련 종목들이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수혜는 여전하다는 기대 때문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종가 기준 ‘KODEX AI전력핵심설비ETF’는 최근 일주일 사이 1.6% 올랐다.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SOL 미국 AI전력인프라 ETF’는 같은 기간 0.8% 올랐다.
미국에 상장된 ETF들과 비슷한 상황이다. ‘유틸리티 셀렉트섹터 SPDR 펀드 ETF’는 같은 기간 1.2% 상승했다. 이 ETF는 넥스트에라에너지, 서던컴퍼니, 듀크 에너지 코퍼레이션 등 대표 전력 종목들을 담고 있다.
지난해 10월 상장한 ‘글로벌 X U.S. Electrification ETF’는 딥시크 충격으로 지난달 말 24달러 선까지 떨어졌지만 서서히 상승해 25달러 위에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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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관련 ETF들은 지난해 빠르게 상승했다. 미국 전력 수요는 지난 20년 간 별다른 증감 없이 안정되게 유지됐지만 생성형AI 등장으로 AI개발붐과 데이터센터 같은 관련 인프라 증설 기대를 타고 지난해부터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AI발전 고도화로 오는 2028년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연간 최대 132기가와트(GW)에 달해 미국 전체 전력 소비량의 12%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이는 2023년 4.4%에 비해 크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해가 바뀐 뒤 잠시 주춤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수혜 기대를 타고 다시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4년 간 최대 5000억달러가 투입되는 초대형 AI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발표했다. 미국 정부의 AI 투자 의지가 확인되면서 AI와 관련 인프라 가운데 전력 수요에 대한 기대는 치솟고 전력주는 지속적인 투자 테마로 각인됐다.
하지만 같은 달 27일 딥시크 R1 모델이 공개된 뒤 AI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IT기업들은 물론 전력주까지 우수수 무너졌다.
저렴한 가격에 상대적으로 적은 연산 자원을 활용해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딥시크의 등장은 전력 수요가 예상보다 많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책 수혜 기대로 부풀던 주가가 급작스러운 딥시크의 출현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데이터 센터에 특화된 각종 배전설비 수요 감소 전망이 나오면서 관련 매출이 전체의 75%에 달하는 버티브 홀딩스가 직격탄을 맞았다.
다행히 시장은 충격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주요 전력주의 딥시크 충격에 따른 주가 하락은 지난해 미국 대선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력과 관련한 기대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김시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R1 모델은 GPT대비 서버 전력 소모량이 50~75% 적게 사용한다는 일부 분석으로 AI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 증가에 대한 의구심이 증가했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GE 버노바 등 상당수 미국 전력 기업들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데이터 센터 외에도 가스 발전용 터빈 사업 등 다양하다는 것도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또 미국과 유럽의 노후 전력망 복구 및 신설 등에 대한 기대 역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기술 진보로 오히려 자원 사용의 효율이 증가하면 총 소비량은 더 증가할 것이라는 이른바 ‘제본스의 역설’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AI 사용 효율성 개선으로 AI가 더 빠르게 대중화돼 결국 시장 규모 확대로 이어져 전력 인프라 확대라는 종전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것이란 논리다.
특히 ‘저비용, 고효율’ AI가 현재의 챗봇에서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더 거대한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은 전력주가 다시 빛을 내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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