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자영업 가게 48만곳 이미 폐업
4분기 술집 매출도 전분기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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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의 매출이 경기침체 장기화 등으로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폐업 사례까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가에 임대 현수막이 부착돼 있는 모습 임세준 기자 |
금융기관에 빚을 진 소상공인·자영업자 가게 10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평균 6000만원이 넘는 대출 부담에 허덕이다 평균 568만원의 원리금이 밀린 채 폐업을 택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카페와 술집이 큰 타격을 입었다.
17일 한국신용데이터의 ‘2024년 4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을 안고 있는 사업장은 모두 362만2000개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86.7%(314만개)는 빚이 있어도 영업 중이지만, 13.3%(48만2000개)는 폐업(국세청 신고 기준) 상태였다. 폐업한 사업장의 평균 연체액은 568만원, 평균 대출 잔액은 6185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개인사업자의 대출 잔액은 716조원으로, 직전 3분기(712조원)와 전년 4분기(700조원)보다 각 0.5%, 2.3% 늘었다. 금융업권별 비중은 은행 대출이 60.5%,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이 39.5%였다.
밀린 개인사업자 대출 원리금 규모는 모두 11조3000억원이었다. 직전 분기와 1년 전과 비교해 2.3%, 52.7% 불었다. 21.2%(2조4000억원)가 은행, 78.8%(8조9000억원)가 2금융권 연체였다.
저축은행의 경우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17조1000억원) 대비 연체금액(9000억원) 비중은 5.0%에 달했다.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역시 연체 비중이 2.7%로, 은행권(0.6%) 대비 4배를 웃돌았다.
자영업자들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경영 상황이 나쁘기 때문이다.
전체 소상공인 사업장 1개당 지난해 연간 매출은 1억7882만원, 이익은 4273만원 수준이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0.57% 줄었지만, 이익은 14.71% 늘었다. 매출 감소에도 이익이 증가한 건 소상공인의 지출 축소 노력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사업장당 연간 지출은 1억3609만원으로, 1년 사이 4.56% 줄었다. 지난해 4분기만 보면 매출은 4798만원(월 1599만원) 수준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7%, 직전 3분기보다 10.77% 늘었다. 사업장당 4분기 이익은 1158만원(월 386만원)으로 1년 전, 3개월 전보다 5.25%, 9.92% 증가했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소비가 수년간 크게 위축됐다가 2023년 다소 회복된 후 2024년부터 살아나기를 기대했다”면서 “그러나 경기 부진과 계엄 등으로 연말 특수가 사라지면서 실제 지난해 매출이 2023년보다 더 적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정체됐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카페가 직격탄을 맞았다. 작년 4분기 외식업 가운데 카페 매출은 3분기보다 9.5% 급감했다. 이는 1년 전보다도 1.3% 적은 숫자다. 패스트푸드와 술집 매출도 전 분기 대비 1.8%, 1.7% 뒷걸음쳤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경제·정치 불안을 느낀 소비자가 기호식품인 커피나 술부터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양식(8.8%), 아시아음식(6.3%), 일식(5.5%), 중식(4.1%) 등 일반 식당의 매출은 3분기보다 다소 늘었다. 서비스업 중에서는 예술·스포츠·여가 관련업의 매출이 3분기 대비 7.4% 감소했다. 반대로 세무사·변호사업 등이 포함된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매출은 30.1% 증가했고, 운수 서비스업도 10.3% 불었다.
유통업에서는 슈퍼마켓·편의점 등 매출이 0.1% 줄면서 고전했지만, 가구·문구·안경·악기점 등이 포함된 전문유통점이 12.4% 늘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한국신용데이터가 개인사업자 경영관리서비스 ‘캐시노트’ 가입 사업장 16만개를 표본 조사한 뒤 소상공인 실태조사 비중을 적용해 전체 개인사업자 현황을 추정한 결과다. 캐시노트를 통해 수집된 사업장별 여신금융협회·홈텍스 연동 데이터가 사용됐다. 대출 등 금융 현황은 한국신용정보원으로부터 받은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 자료가 활용됐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