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테슬라처럼…상장사 비트코인 운용전략 짠다 [법인, 가상화폐 투자 허용]

하반기 가상자산 법인 매매 시범 허용
美·日·스위스·EU, 가상자산 매매 활발
국내 기업도 블록체인 신사업 수요 증가
“정책 속도보다 국가 정확한 방향성 중요”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점 [연합]


하반기부터 일부 법인도 가상자산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된다. 한국에서도 단일 기업으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 같은 회사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13일 금융위원회는 위험 감수 능력을 갖춘 일부 기관투자자에 대한 투자·재무목적의 매매 실명계좌를 ‘시범허용’하기로 했다.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 중 금융회사를 제외한 상장회사 및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 총 3500여개사가 대상이다.

그간 국내에서는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 제기됐다. 이미 해외에서는 주요국들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에서도 블록체인 관련 신사업 수요가 증가하는 등 시장 환경이 변화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미국, 스위스 등 해외에서는 법인의 가상자산 매매 관련 시장 참여가 활발한 편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 브리핑에서 법인 위주로 가상자산 생태계가 조성된 해외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미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가 활성화된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참조해 국내의 법인 가상자산 시장 참여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친코인정책’하면 떠오르는 미국은 스트래티지와 테슬라 등 대기업이 이미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보유하며 자산 운용 전략을 최적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스트래티지는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사로 비트코인 투자 전략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회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에 비트코인 추가 매입 가능성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며 잠시 주춤했던 비트코인 매입을 이어갈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 일부 은행은 법인에 대해 가상자산 계좌를 제공하고 있으며, 기관뿐 아니라 교육기관에서도 비트코인 투자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오스틴대학교는 500만달러(약72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활발한 가상자산 시장은 정책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민간 주도로 규제를 가져가는 미국의 움직임은 미국만의 특징이자 한국과 다른 점”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미국은 ‘하면 안 돼’라며 불법을 제재 및 명시하는 기조라면, 우리나라는 ‘해도 돼’라며 합법인 것을 규정짓는 것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불법이 아닌 가상자산 거래가 활발한 이유다.

미국 옆 캐나다도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고 있으며, 영국도 가상자산 법인거래가 허용된 국가 중 하나다.

명확한 규제를 통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하는 국가도 있다. 싱가포르는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구축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와 보유를 적극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스위스 역시 2017년부터 가상자산 공개(ICO) 지침을 발표하며 가상자산을 합법적 자산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하고 있으며 시장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는 “최근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개설 및 관련 정책에 관한 관심이 높다”며 이미 정책을 시행한 엘살바도르의 기준을 전했다.

엘살바도르는 2021년 9월 비트코인을 세계 최초로 법정 통화로 채택하는 등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금융 생태계를 조성한 국가다. 엘살바도르에서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지 법인을 설립해야 하고, 법인 설립과 라이선스 취득을 완료해야 현지 은행에서 법인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엘살바도르 의회는 2023년 1월 소비자 보호 및 불법 거래 방지를 위해 디지털 화폐, 토큰 등 디지털 자산의 거래를 규제하는 디지털 자산법 제정하는 등 가상자산 거래의 법적 체계를 마련하고, 관련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며 국가의 최신 법령과 규제를 자세히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역시 가상화폐 규제법안 ‘미카(MiCA)’를 통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 ‘마운틴곡스 사태’ 충격 여파에서 벗어나며 2016년 가상화폐를 공식 자산으로 인정하는 법령 개정에 나섰다. 마운트곡스 사태란 2014년 초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대부분을 차지한 일본의 가상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5억달러(약 7000억원)어치 비트코인 85만개를 도난당해 파산했던 일을 말한다. 이후 일본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일본 금융청(FSA)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법인 계좌 역시 허용했다.

홍콩의 경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유동성이 높은 가상자산의 법인 거래만 허용하며 알트코인과 같은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중국이 가상자산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해외에 이어 국내도 점차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홍기훈 교수는 “중요한 건 정책 속도가 아닌 국가만의 관련 정확한 철학과 방향성”이라고 강조하며 “(가상자산 관련) 전 세계 흐름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기에, 우리한테 맞는 정책 설정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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