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성’ 입장에 잠룡들 견제 치열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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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 사퇴 의사를 밝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복귀를 시사하면서 보수 진영의 ‘조기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여론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언급조차 금기시되는 가운데 한 전 대표가 재등판을 알리면서 대권 잠룡들 간 지각 변동이 시작될지 주목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 종료를 기점으로 복귀할 전망이다. 다만 스스로 책 출간을 예고하면서 이달 내 재등판이 가시화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전 대표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두 달 동안 많은 분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며 “책을 한 권 쓰고 있다. 머지않아 찾아뵙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6일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꼭 두 달 만에 침묵을 깬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예고한 책에는 지난 2023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인 이후 제22회 총선과 전당대회를 거쳐 지난해 12월 16일 당 대표직을 내려놓기까지 1년 간의 소회가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한계 인사는 “(한 전 대표가) 지금 시점에서 지나온 1년을 단순히 자기합리화하기보다 성찰하고 되돌아보고 있다”며 “여전히 당시의 판단이 맞다고 생각하는 지점도 있고 후회되는 측면도 있을 텐데 이를 진솔하게 풀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두 차례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대한민국 정치 체제에 새 비전을 제시하고 보수정치의 역할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난 총선 당시 한 전 대표가 제시한 ‘국회 세종 완전 이전’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등을 포함한 한 전 대표의 ‘정치 개혁’과 함께 보수 진영에서 떠오른 개헌론에 한 전 대표의 입장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친한(한동훈)계 의원과 원외 인사들도 이달 ‘언더(Under) 73’이라는 정치 모임을 만들고 정치 행보에 나섰다. 언더73은 한 전 대표의 출생 연도 1973년에서 착안한 이름으로 정치 세대교체를 내세웠다. 김상욱·김소희·김예지 의원 등은 김영삼도서관을 찾고, ‘국민소환제’, ‘하늘이법’ 등 현안에 목소리를 냈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에 ‘한동훈 팩트체크’라는 고정 코너를 만들면서 한 전 대표 지원 사격에 나섰다.
한 전 대표의 복귀가 보수 진영의 잠재적인 대권 주자들이 공개 행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그동안 유력 주자들은 탄핵 찬성 여론에 짓눌려 조기 대선 및 출마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 대선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나경원 의원과 만나는 등 여권과 접촉을 늘리면서도 “(출마)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불공정론을 띄우며 강성 지지층에 밀착했다.
다만 조기 대선을 가정하지 않더라도 상대 주자를 향한 견제는 나타나고 있다. 홍준표 대구 시장은 “김구 선생의 국적을 중국이라고 기상천외한 답변을 하는 것은 어이가 없는 일”이라며 지난 15일 대정부질문에서 김 장관 발언을 겨냥했다.
특히 보수 진영이 탄핵 반대 여론에 잠식돼 있는 만큼 기존의 입장에서 전향적인 변화 없이는 한 전 대표를 향한 비판의 강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한 전 대표는 12·3 비상계엄로 대통령 탄핵에 찬성을 표명하면서 당내 친윤(윤석열)계 및 탄핵을 반대하는 당 지지층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당시 한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 분들께 많이 죄송하다”면서도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 분들 생각하면 참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윤상현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은 한동훈 전 대표의 시간이 아니다”며 “탄핵 인용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국민께 줄 수 있다. 대통령의 시간을 빼앗는 것일 수도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