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 외교’ 키우는 野…이번엔 한미동맹 K방산-K조선 [이런정치]

‘스페셜리스트’ 김현종 네트워크 활용
“중도 포섭 전략…‘친중’ 기조 전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입장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민생·경제’를 강조해 온 더불어민주당이 ‘실용외교’를 꺼내 들며 외교·안보 현안에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한 달을 앞두고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는 등 긴박하게 흘러가는 국제정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한미가 주요 전략 산업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조선업과 우리나라 강점으로 꼽히는 방산업과 관련해 현안 간담회를 개최하고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는 등 행보에 나서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트럼프시대 : 한미동맹과 K-방산, 조선산업의 비전’ 토론회를 사실상 비공개로 연다. 19일 이언주·김병주·부승찬·위성락·박선원 의원이 주최하는 간담회는 이재명 대표 등이 참석해 모두발언만 공개하고 곧바로 비공개로 전환한다. 간담회 장소 또한 국회 의원회관이 아닌 한국 방위산업진흥회 회의실로 정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조선·방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기술만 갖고 있어선 안 된다”며 “정책과 외교가 동반돼야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정리하고자 비공개로 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간담회는 이 대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핵심관계자는 “업계 현장 목소리를 듣는 차원”이라며 “최근 계속 일관된 기조로 메시지를 내고 있다. 민생경제가 위기이기 때문에 관련 입장을 냈고, 조금 더 확장해 보면 외교·안보 관련 우려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일정·메시지 또한 해당 주제로 한정해 내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이 대표는 ‘실용외교’를 강조하며 외교 현안에 입을 열었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모두가 보시는 것처럼 국익을 위해서라면 동맹국과의 관세 전쟁을 불사할 뿐 아니라 적대관계에 있는 나라와의 대화·협상도 망설이지 않는다”며 “우리도 이 점을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중국과 핵 및 군비 감축 대화를 재개한 것을 두고 “우리도 견고한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대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국익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실용 외교가 절실한 때”라고 했다.

이는 이 대표가 경제뿐 아니라 외교·안보 측면에서 정책 구상을 시작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또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드러난 ‘정상 외교 공백’에 제1야당으로서 역할을 내세우면서 그동안 씌워진 ‘친중’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시도로도 풀이된다.

당 대표 특보단 외교안보보좌관으로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을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 제기돼 온 ‘이 대표에게 외교·안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 핵심 관계자는 “외교 안보의 스페셜리스트인 김 보좌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어떤 대응을 준비해야 하는지 챙기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보좌관은 현재 미국 출장을 다니는 등 대외 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 대표가 앞으로도 외교·안보 정책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가 그동안 해왔던 소위 ‘친중’ 입장을 전환하는 것”이라며 “지금 우리나라 국제정세를 봤을 때 미국이 중요하고, 중국은 호감도가 낮은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김 보좌관을 임명한 것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민주당이 미국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벌써 외교·안보 정책 경쟁이 생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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