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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 [연합] |
[헤럴드경제=이용경·박지영 기자] 윤석열 정부 들어 새로 설치된 행정안전부 경찰국 수뇌들이 경찰 요직으로 영전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이달 초 단행된 경찰 치안정감·치안감 승진 인사에 용산 대통령실 근무 이력이 있는 이른바 ‘친윤(친윤석열)라인’ 경찰들이 대거 경찰 요직에 임명되며 인사부터 수사까지 용산의 힘이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특히 박현수 서울경찰청 직무대리는 ‘계엄 가담’ 의혹에 둘러싸이면서 경찰 안팎에선 ‘문제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8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회신받은 ‘역대 경찰국장 프로필’ 관련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행안부 산하에 경찰국이 설치된 이후 경찰국장 출신들은 빠짐없이 승진 코스를 밟았다. 김순호 초대 행안부 경찰국장은 2022년 12월 치안정감으로 승진했다. 당시 김 국장은 그해 6월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한 상태였는데 불과 6개월 만에 한 단계 더 계급을 올린 것이다. 이후 그는 경찰대학장을 지낸 뒤 퇴임했다.
김 국장의 뒤를 이어 임명된 김희중 당시 경찰국장도 9개월 만에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인천경찰청장을 지내고 퇴임했다. 현재는 한국도로교통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이호영 경찰청 차장도 2023년 10월 경찰국장으로 임명된 뒤 8개월 만에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바 있다. 이후 경찰대학장을 지내다 2개월여 만에 경찰청 차장에 보임됐다.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도 지난해 6월 경찰국장에 임명된 뒤 8개월 만에 치안정감으로 내정됐다. 경찰국장 고속 승진의 역사를 이어갔다. 특히 직무대리는 총경에서 치안정감까지 3년 만에 계급장을 3번 바꿔 다는 초고속 승진을 했다.
경찰국은 경찰 인사와 조직 운영에 깊이 개입한다. 경찰 내부에선 이곳 출신 인사들이 수뇌부를 장악하는 것이 경찰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남제현 경무관까지 경찰국장에 승진 임명되면서 경찰국 출신들이 수뇌부를 장악해 인사권을 쥐고 흔들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찰 조직 안팎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 인사가 특정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조직 내부의 불만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출신으로 조직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이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박관천 전 경정은 행안부 경찰국 신설부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전 경정은 “경찰의 운명을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하겠다고 해서 경찰국장 자리를 만들었지만, 실상은 완전히 그 반대였다”며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수사 범위가 확대되면서 경찰 조직 장악을 위해 경찰국장을 총경 이상급으로 만들어 전국의 지방청장 인사부터 전국의 총경급 서장 인사까지 쥐고 흔들 수 있게 했다“고 평했다.
박 전 경정은 “경찰청장을 (용산) 마음에 드는 사람을 앉히면 청문회에서 걸리기 때문에 서울청장 자리에 박현수 직무대리를 앉힌 것”이라며 “특히 남제현 경찰국장과 박 직무대리는 상당히 친밀한 사이다. 내란을 수사하고 있는 국가수사본부 인사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국 출범을 강도높게 비판하며 2022년 ‘총경 회의’를 주도했던 류삼영 전 총경은 “행안부 경찰국은 경찰 인사를 장악하려고 만든 곳”이라며 “경찰 지휘부의 요직을 장악해 (현 정권이) 경찰을 휘두르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행안부 경찰국장과 서울청장이 내란 관련 수사, 서부지법 난동 수사, 멀리 보면 조기 대선을 염두하고 선거 사범 수사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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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가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지구대에서 지구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 |
박 직무대리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인사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당시 경찰 수뇌부가 국회 봉쇄 관련한 논의를 할 때 박 직무대리가 해당 논의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지은 전 총경은 “박 직무대리가 12월 3일 행안부 경찰국장이었던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과 통화했는데 그 시점이 공교롭게도 경찰이 국회 봉쇄와 관련해 우왕좌왕하고 있었을 시점”이라며 “박 직무대리 임명 절차에서 제대로 된 검증이 있었는지, 절차상 하자는 없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최근 박 직무대리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 고위 간부가 계엄 논의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이는 경찰 조직 전체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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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1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의 12·3 계엄사태 당시 국회 봉쇄와 군 병력 진입 개입 및 종사 정황 공개 및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