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 성지’ AK플라자 홍대점 매출 신장 효과
아이파크몰 용산점, 캐릭터 IP 특화 리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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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서울 마포구 AK플라자 홍대점에서 진행 중인 ‘은혼 20주년 기념 팝업스토어’를 둘러보고 있다. 강승연 기자 |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은혼 팝업스토어 물건이 많이 품절됐습니다. 인기는 많은데 재입고는 언제 이뤄질지 모르겠습니다.”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AK플라자 홍대점 4층에서 진행 중인 은혼 20주년 기념 팝업스토어를 찾았다.
먼저 눈에 띈 건 텅 빈 매대였다. 기존에 판매하던 36종 제품 중 쿠션, 스티커, 우산, 파우치 등 20종에 ‘솔드아웃(품절)’ 딱지가 붙어 있었다. 남은 제품도 팝업스토어를 둘러보던 이들이 하나둘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실시간으로 수량이 줄고 있었다.
은혼은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이다. 국내 마니아도 많다. 지난달 16일 시작한 팝업스토어는 입장 사전예약을 진행할 때부터 너무 많은 인원이 몰려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인기였다. 폭발적인 반응에 지난 9일까지였던 행사는 24일까지 연장됐다.
은혼 팝업스토어 바로 옆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블리치’ 전시회와 웹툰 ‘클라우드’의 컬래버 카페가 열렸다. 평일 오후 시간이었지만, 대기 인원은 많았다. 기념사진을 촬영하느라 카메라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최근 복합 쇼핑몰들이 애니메이션, 게임 등 캐릭터 IP(지식재산권) 콘텐츠를 활용한 팝업스토어 유치에 힘쓰고 있다. 이른바 ‘덕후(마니아를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의 한국식 표현)’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다. 애니메이션·게임 마니아들은 충성도가 강해 경기 침체와 무관하게 상품 구매율이 높다. 1020세대 중심이라 모객 효과도 크다.
기업들도 나섰다. AK플라자 홍대점을 ‘덕후 성지’로 만든 애경그룹이 대표적이다. AK플라자 홍대점은 2021년 애니메이셔 전문점 애니메이트와 대원미디어, 미디어 아트 전시공간 네이처랩스를 유치했다. 2022년엔 1020 세대에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캐릭터 시나모롤 협업 카페도 열었다. 작년엔 애니메이트를 리뉴얼하고, 반다이남코 캐슐토이 전문점 가샤폰스트리트를 개장했다.
일본의 오타쿠 메카로 불리는 아키하바라, 이케부쿠로를 방불케 한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AK플라자 홍대점 전체 매출까지 끌어올렸다. 애니메이트를 유치한 2021년에 38.5%를 기록한 매출 신장률은 2022년 54.2%, 2023년 59.0%로 수직 상승했다. 애니메이트 리뉴얼이 이뤄진 작년에도 23.3%에 달하는 신장률을 보였다.
HDC아이파크몰 용산점도 마찬가지다. 극장을 보유한 강점을 활용해 애니메이션 개봉작 관련 팝업스토어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23일부터 12월 1일까지 ‘극장판 주술회전 0’ 개봉에 맞춰 선보인 주술회전 전시회와 팝업스토어는 일주일간 1만명을 끌어모았다. 지난달 12월 20~29일에 열린 일본 애니메이션 ‘먼작귀’ 팝업스토어는 오픈 2시간 만에 대기번호 1000번대를 넘길 정도로 열풍이었다. 실제 누적 방문객은 3만여 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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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HDC아이파크몰 용산점에서 열린 나가노 마켓 팝업스토어 오픈 전 소비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HDC아이파크몰 제공] |
앞서 아이파크몰 용산점은 2023년 10~11월 국내 최초로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의 정식 팝업스토어를 개최해 매출 40억원을 올렸다. 이후 지난해 2월엔 ‘케로로중사’ 팝업스토어, 3월엔 ‘메카즈마임팩트 건담 페스티벌’과 ‘원피스 카드게임’ 팝업스토어를 열어 물량 조기 품절 사태를 일으켰다. 지난해 9월 진행한 일본 캐릭터 굿즈 판매점 ‘나가노 마켓’의 팝업스토어는 예약 사이트 오픈 직후 접속자 수가 최대 18만명이 몰렸다. 동일 디자인 상품 1인 1구매, 1결제 등 구매 제한을 걸었는데도 200만원 이상 싹쓸이하는 고객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애니메이션·게임 관련 IP 팝업스토어의 인기를 확인한 아이파크몰은 올해 하반기 용산점 리빙파크 3층을 ‘캐릭터 IP+디저트’, ‘F&B(식음)+팝업존’ 등으로 꾸민 공간으로 새단장할 계획이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최근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 캐릭터 IP콘텐츠를 활용한 굿즈 팝업스토어가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국내 최초 출시 혹은 극장 개봉작 관련 콘텐츠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애니메이션·게임 콘텐츠가 소비 침체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마니아들이 경기 등락과 관계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 관련 굿즈를 구매하는 ‘디깅소비’ 트렌드에 맞춰 팝업스토어 콘텐츠가 기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주로 1020 세대라는 점에서 젊은층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음식점, 카페 등 팝업스토어 주변 매장 소비를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니메이션처럼 확실한 마니아층이 있는 IP 콘텐츠는 일단 팝업스토어에 오면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젊은층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게임 관련 IP를 팝업스토어로 유치하는 트렌드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