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내이사에 전영현·송재혁

DS·DX 사내이사 각 2인 동수
반도체 사업 반등에 전력 의지
20일 3조원 규모 자사주 소각



삼성전자가 이사회에 기술 전문성을 강화하며 반도체 사업 경쟁력 회복에 나선다. 사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구성원들을 대거 교체, 위기에 처한 반도체 사업 반등에 전력을 쏟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여기에 각 3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과 추가매입을 통해 주주가치제고에도 적극 나선다.

삼성전자는 18일 오전 열린 이사회에서 제56기 정기 주주총회 개최일과 상정 안건을 결의했다.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등이 상정됐다. 내달 19일 열리는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6명이 된다.

전 부회장과 송 CTO의 이사회 합류로 DX(디바이스경험) 부문과 DS(반도체) 부문의 담당 사내이사가 2명씩 동수를 이루게 될 예정이다. 임기 만료 예정이었던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사장은 재선임됐다.

지난해 5월 반도체 수장으로 선임된 전 부회장은 현재 DS부문장, 메모리사업부장, SAIT원장 등 총 3개의 보직을 맡고 있다.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짊어진 그는 메모리사업부와 R&D 조직을 진두지휘하며 근원적 기술 경쟁력 회복을 주문했다. 이사회에서 반도체 사업 실적 반등과 차세대 R&D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전망이다.

공정 및 소자개발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통하는 송 CTO 사장은 반도체 사업 명성을 되찾기 위한 전문가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그는 V-낸드 세대 전환을 성공시키며 해당 사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인물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간 삼성전자 이사회 구성을 두고 반도체 기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며 “전 부회장과 함께 DS부문의 기술 수장격인 송 CTO까지 이사회에 합류시킴으로써 반도체 사업 회복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외이사 멤버로는 반도체 및 AI 석학으로 꼽히는 이혁재 서울대 교수가 선임될 예정이다. 이 교수는 현재 한국공학한림원의 반도체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이며, 서울대 전자공학 공학사 및 공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퍼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루이지애나대 조교수와 인텔 선임 엔지니어를 역임한 후 2001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의 중심인 D램 기술력에서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사에 뒤처지며 전례없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성능 부진 및 발열 이슈로 1년 넘게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파운드리에서는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가 50%포인트를 넘어섰다. 파운드리 및 시스템LSI 사업부 적자, 범용 D램 시장 침체 등이 겹치며 올해 1분기 DS부문의 적자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현 이사회 의장인 김한조 전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과 김준성 싱가포르국립대 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은 임기가 만료됐다. 새 이사회 의장에는 기존 사외이사인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유력하다. 내달 주총을 마친 뒤 새로 꾸려지는 이사회에서 신규 의장이 선출된다.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는 이번에도 불발됐다. 검찰의 이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사건에 대해 상고를 결정하면서 사법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위기 극복을 위한 이재용 회장의 책임 경영을 위해서는 등기이사 복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 2023년 연간 보고서’의 발간사를 통해 “최고경영자의 등기 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근 매입한 3조 486억 9700만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소각 예정일은 오는 20일이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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