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주인공이 나라를 구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독서의 힘은 위대하고 스스로를 책벌레라 부르는 인물이 있다. 사색과 공상을 좋아하며 보낸 그는 “내가 읽은 책의 영웅들은 일관되게 세상을 구할 의무를 느꼈다.”고 말한다.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이야기다. 그는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을 포함한 여러 작품 속 주인공들의 영웅담을 좋아했다. 월터 아이작의 일론 머스크 전기를 보면 머스크가 12살 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야생 생존 캠프(벨트 스쿨)에 참석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이 경험을 ‘준군사적인 파리대왕’이라고 표현했다. 파리대왕은 악마 바알세불을 의미하며 인간 본성의 어두운 부분을 상징한다.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식량이 주어졌고 식량 탈환을 위해 서로 싸우게 된다. 당시 상황은 괴롭힘이 미덕으로 간주되는 환경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시련은 항상 그를 단단하게 했고 그는 사업가로 성숙해졌다. 남아공에서의 유년시절에 그는 학교에서 심한 왕따를 당했다. 공상과학책을 즐겨 읽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아는 체하는 성격 탓에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다. 학생들이 머스크를 계단에서 밀어 2주간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학창시절 동안 친구는 한명도 없었다고 한다. 그의 그때 삶이 파리대왕의 무인도가 아니었을까? 지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 되어 신설한 “정부효율부(DOGE, USDS로 명칭 바뀜)”의 수장으로서 연일 매스컴을 도배하고 있다. 그를 돕는 핵심 인력은 ‘6명의 젊은 엔지니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온다. 관료주의에 메스를 가하는 그와 6명의 요원은 엄청난 재정적자로 허덕이는 미국을 구할 수 있을까? 미국의 패권이 앞으로도 100년 이상 지속가능할지를 생각하며 파리대왕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미국의 패권은 영국의 추락에서 왔다. 소설 파리대왕이 나온 시점은 대영제국이 수직으로 꺾여 쇠퇴가 가시화되던 때였다.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가 독립하고 이집트를 비롯하여 아프리카 식민지에선 무장폭동이 일어났다. 유럽에선 소련의 위성국들이 영국의 유럽 주도권을 잠식했다.
비행기가 무인도에 추락하고, 영국 소년들이 무인도에 남게 되며 파리대왕의 이야기는 시작한다. 비행기는 영국에서 피난을 위해 이륙했는데 공격을 받아 추락했다. 추락하기 전에 영국에서 원자 폭탄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
무인도는 일론 머스크에게 화성을 떠올리게 하지 않았을까? 머스크는 2002년 이베이가 페이팔을 15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페이팔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에게 적당한 때가 와서 큰 건을 터뜨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조언했다. 머스크는 그 논리를 거부했다. 대신 스페이스 엑스에 1억 달러, 테슬라에 7000만 달러, 솔라시티에 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머스크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목표를 설정한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직원들에게 이를 되뇌는 것은 왜일까? 뼛속까지 그 일에 매진하라는 뜻이다. 국가가 포기한 듯 보이던 항공 우주 산업과 전기자동차 산업을 선택해서 새롭고 환상적인 사업으로 개조한 그를 보면 못된 상사처럼 보여도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는 화성을 개척하고 인류를 옮겨 그곳에서 죽고 싶다고 하는 사람이다. 무인도를 개척하여 사람 살만한 곳을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가 그의 삶에서 느껴진다. 다시 파리대왕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무인도의 아이들은 투표를 통해 그들 중 가장 성숙해 보이고 잘생긴 랄프를 대장으로 선출했다. 성가대원을 이끌던 잭도 대장 자리를 노렸으나 2인자에 머문다. 정부효율부는 인도계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와 일론 머스크의 2인 체제로 출범했다. 그러나 둘 간의 갈등으로 머스크 단독 체제가 됐다. 머스크는 줄곧 1인자를 차지하려는 성격을 지닌 인물로 비친다. 2021년 9월 머스크가 아마존 창업자이자 의장인 제프 베조스를 밀어내고 전 세계 1위 부자에 등극했다. 그는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제프 베조스에 숫자 ‘2’ 모양의 거대한 조각상과 은메달을 보낼 예정이다.”
파리대왕에서 대장이 된 랄프는 아이들을 해변에 두고 잭, 사이먼과 함께 섬 탐사를 한다. 잭은 어른들에게 구조될 때까지 섬에 작은 문명사회를 만들려고 애를 쓴다. 그는 인간의 문명적인 본능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팀원 모두가 한 방향으로 응집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성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머스크는 회사경영을 위해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훌륭한 지도자를 모으는데 공을 들인다. 랄프는 잭과 나름 좋은 관계를 형성하려하나 갈등이 발생한다. 정글에서 다리가 나무뿌리에 걸린 야생 돼지를 발견한 둘은 사냥에 나선다. 칼을 손에 들고 있던 잭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돼지가 달아난다. 화가 난 랄프는 잭을 추궁한다. 머스크의 인생에서 실패라는 단어는 없기에 랄프의 모습에서 머스크가 오버랩되는 면이 있긴 하다. 아이들은 무인도에 계속 사는 게 무섭다고 생각한다. 랄프는 지나가는 배들에게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불을 피우자고 제안한다. 다시 들뜬 아이들은 장작을 찾기 위해 섬으로 흩어진다. 장작을 모은 아이들은 한 소년(피기)의 안경을 햇빛에 반사해 불을 피웠으나 정글까지 퍼져 많은 나무를 태워버린다. 랄프는 아이들을 이끌며 어른들이 오기 전까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때까지 오두막과 봉화를 만들자고 지시를 내리나 많은 아이들은 랄프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
지금 230만 미국 연방 공무원이 떨고 있다. “99개면 충분하다.” 현재 428개인 연방기관을 4분의 1 미만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이 떨어졌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착수하며 많은 공무원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처지에 놓였다. 교육부는 폐지 위기에 처했고 국제개발처(USAID)는 독립기관 지위를 잃게 됐다. 물론 이게 완전히 가능할 지는 두고 봐야 한다. 반대하는 관료들에게는 가차 없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그 중심에 선 일론 머스크는 사업가로서 미 연방정부를 상대하면서 관료주의의 비효율성을 자주 트럼프에게 말하곤 했다.
정부 조직과 기업은 차이가 물론 있다. 하지만 머스크는 X(엑스)로 이름을 바꾼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위터를 인수한 후 임직원 80%를 감원했다. 과도한 규제와 낭비성 지출을 줄이며, 연방 기관을 재구성하려는 그에게 반기를 드는 공무원들은 랄프와 반목을 하는 잭을 추종하는 인물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현재 미국 신행정부는 엄청난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임무를 안고 있다. 미국이 인공지능(AI) 패권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면 불필요한 예산과 규제룰 줄이고 최첨단 산업에 예산을 할당해야 한다.
무인도의 소년들 사이에 두 집단이 형성된다. 랄프가 이끄는 집단과 잭이 이끄는 집단이다. 잭의 집단은 점점 더 야만적인 행동을 보이면서 랄프와 잭의 대립은 심화한다. 소년들 사이의 긴장은 폭력으로 치닫고 랄프의 편이었던 사이먼과 피기의 사망 같은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진다. 평론가들은 랠프와 잭을 대조하며,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이성주의와 감성주의, 도덕성과 비도덕성의 대결을 비유했다고 지적한다. 소년들의 무질서한 사회는 붕괴하고 그들은 해군에 의해 구출된다. 그들이 겪은 경험과 잔혹한 행위는 깊은 상처와 후회를 남긴다. 오열하는 아이들로 파리대왕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혹자는 랄프는 껍데기만 남은 영국 지도자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가 명령을 위해 부는 소라는 허위의식을 반영한다고 말이다. 랄프는 자기도취에 빠져 있는 영국 보수세력과 귀족이다. 민주주의니, 이성이니, 합리주의니 하며 피지배민족을 야만시하던 인물이다. 조개껍질에 불과한 소라를 쥐고 권력을 휘두르려 한 무능한 지도자인 그가 일론 머스크의 모습일리는 없을 것이다. 법적 규제가 한 산업의 발전을 퇴보 시킨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19세기말, 영국에서 시행된 레드 플래그법(적기조례)도 그 대상이다. 이 법은 약 35년간 유지되다가 1896년 폐지되었다. 말과 조우하면 차량이 정지해야 하고 말을 놀라게 하는 연기나 증기의 발생은 금지되었다. 왜 이렇게 터무니없는 규제가 생겼을까? 자동차의 출연으로 위태로워진 마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랄프 같은 인물로 생각했던 일론 머스크는 그와 다르다. 우리를 옥죄는 세상의 많은 것들을 타도하는 인물이다. 미래를 향해 자아를 쏘는 그를 보면서 우리는 때로는 괴짜 같고 변덕스러운 그의 모습 때문에 그의 본성을 착각하기도 한다. 인간 본성의 결함에서 사회의 결함이 발생한다는 게 파리대왕의 주제다. 지금 세계는 어디로 가고 있나? 미국 패권주의가 갈수록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우리는 수많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엔비디아를 흔든 중국 딥시크의 존재는 여러 가십을 넘어 우리 젊은이도 우리 기업도 AI 굴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건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왕따 소년은 파리대왕의 구절을 읽으며 24시간이 모자란 듯 세상을 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은 꿈보다 더 큰 상처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두려움을 뚫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일론 머스크의 진가만은 인정해야 한다.
윌리엄 골딩((William Golding. 1911. 9 1993.6)은 영국의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교사로 근무하던 중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영국 해군에 입대하여 복무하면서 발커렌 작전 및 노르망디 상륙 작전 등에 참전하였다. 그는 이 시기에 참혹한 전장의 모습을 보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 파리대왕으로 노벨 문학상을 탔다. 인간악의 일면을 교묘하게 그려내고 인간의 상황을 우화적으로 묘사한 이 소설은 사회관습이 매우 빨리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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