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나토 가입 없는 종전협상 불가…아프가니스탄 2.0 안돼”

“미국, 푸틴 기쁘게 하려고 기분 좋은 말만”
“미-러 성공 이루기 원해…휴전은 성공 아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터키 공항에 도착해 현지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시키지 않은 채 러시아와 휴전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공개된 독일 ARD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없이 러시아와 종전 협상하겠다는 미국 정부 입장에 대해 “그런 협상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서는 안 된다. 아무도 아프가니스탄 2.0에는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긴급히 철수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프가니스탄에서) 경험했다”며 서방에 아프가니스탄 철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는 “미국은 오늘날 푸틴의 비위가 상하지 않게 좋은 말만 하고 있다. 그게 문제이자 핵심”이라면서 “그것은 그(푸틴)를 기쁘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서로 만나 성공을 이루고 싶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휴전은 성공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는 완전히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두 나라 정상이 진정 좋은 관계일 수 없다”며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할 수 있는 건 양국 관계에 관한 일뿐이다. 그들은 우리 국민과 삶을 절대로 협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가치를 공유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유럽”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3년간 유럽 군사력이 약간 나아졌지만 “전투 병력 규모, 해군력, 공군력, 드론 측면에서 약하다”고 말했다.

ARD방송은 이 인터뷰가 14∼16일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회담을 위해 이날 영부인과 함께 튀르키예에 도착했다고 텔레그램에 적었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가 유럽을 빼고 종전 협상에 나서자 전날부터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돌며 우군을 확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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