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패싱’당한 유럽 정상들 긴급회동…유럽군 파병 성사될까

미러 중심 종전 협상에 유럽 정상들 반발
평화유지군 파병 구상엔 각국 동상이몽

유럽 주요국 정상들이 미국과 러시아 중심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반발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에서 긴급 회동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유럽 주요국 정상들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단적 행보에 반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비공식 긴급회의를 가졌다.

참석자는 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스페인·네덜란드·덴마크·폴란드 정상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었다.

이들은 이날 오후 4시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에서 비공개로 만났다. 엘리제궁에 따르면, 이날 회의 직전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

이들은 미국과 러시아 정상 간에 진행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협상에 대응하고자 유럽 입장을 반영한 방안, 종전 후 우크라이나의 평화 보장 방안, 유럽의 자체 안보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4일로 전쟁 발발 3주년이 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유럽의 변함없는 우크라이나 지지 의사도 표명했다.

이들은 조만간 우크라이나를 찾아 지지 의사를 과시하기로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파리에 도착한 뒤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유럽의 안보가 전환점을 맞이했다”며 “물론 우크라이나에 관한 것이지만, 우리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은 긴박한 사고방식, 국방비 인상 등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상임의장도 엑스에 “이번 회의는 일련의 과정이 시작되는 것으로, 유럽의 평화와 안보에 헌신하는 모든 파트너가 지속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며 “EU와 회원국들은 이 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적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파리로 출발하기 전 “국가 안보와 관련해 우리는 세대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우크라이나 문제는 우리의 국가안보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유럽의 집단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이날 유럽 지도자들에게 유럽의 방어 체계를 즉시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또 엑스를 통해 “유럽인들이 지금 국방비를 크게 지출하지 않으면 향후 더 큰 전쟁이 닥칠 때 10배 이상의 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테 프리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날 발트·북유럽 진영을 대표해 참석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으로 러시아는 재무장을 하는 시간을 벌게 되고 새로운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그러한 휴전은 안 된다”고 경고했다.

또 유럽 무기 생산의 가속화,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 우크라이나군의 서방 무기 사용 제한 해제를 촉구했다.

이날 회의를 통해 종전 협상이 성사될 경우 우크라이나에 유럽이 평화유지군을 파병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파병에 대해서는 유럽 각국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단시간 내 결론이 나오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EU 회원국 가운데 파병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유럽군 파병안을 제안했고, 스타머 영국 총리는 전날 일간 텔래그래프 기고문에서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EU 주도국 중 하나인 독일은 우크라이나 파병을 여전히 꺼리고 있다. 폴란드 역시 파병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분위기다.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폴란드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인도주의적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며 “군대를 우크라이나 영토에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U 회원국 중 이날 파리 회동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나라들도 있다.

친트럼프·친푸틴 성향인 헝가리의 씨야르토 페테르 외무장관은 “오늘 파리에서 친전쟁, 반트럼프, 불만에 가득 찬 유럽 지도자들이 모여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정을 막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트럼프의 야망을, 미국과 러시아의 협상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도 이날 회동을 비판하면서 유럽군 파병 문제는 “EU가 관여할 수 없는 주제”라고 비판했다.

이날 회의는 비공식, 비공개로 열려 논의 결과 역시 공개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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