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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꿈의 신소재’로 불리며 석유화학 업계가 앞다퉈 투자했던 ‘탄소나노튜브(CNT·사진)’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19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CNT 생산능력(CAPA·캐파)를 360톤으로 늘리는 작업 막바지 단계에 착수했다. 이는 기존 120톤에서 3배 확대된 규모다. 아산공장과 율촌산단으로 양분화했던 생산설비를 합치고, 현재는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꿈의 소재로 불리는 CNT는 찢어지지 않고 버티는 힘(인장강도)가 철보다 100배 강하고, 구리보다 1000배 빠르게 전기가 흐르는 것이 특징이다.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하면 주행 거리를 늘리면서 수명도 늘리는 효과가 있다.
다만 금호석유화학의 CNT 캐파는 경쟁사인 LG화학(2900톤)에 비해서는 규모가 훨씬 작다. 향후 금호석유화학은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를 지켜보며 추가 증설할 여력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캐파를 크게 늘리고 생산 부지도 새로 확보해, 미래 먹거리로 보고 투자를 하고 있다”고 했다.
금호석유화학을 제외한 업계 분위기는 싸늘해진 상태다. 지난해 석화 업계에서 경쟁적으로 CNT에 투자했던 분위기와는 정반대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금호석유화학과 CNT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논의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합작공장 논의를 진행 중이나 현재로선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2900톤 규모로 CNT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는 LG화학은 지난해 4공장을 짓고 캐파를 2배 늘리기로 추진했지만 연말에 중단됐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CNT 생산기업 제이오에 150억원을 지분 투자해 지분 5.45%를 확보했지만 현재로선 협력이 느슨해졌다.
이 같은 상황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더불어 CNT마저 덮친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 때문이다. 중국이 범용 석화제품인 에틸렌 생산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공급과잉 현상이 일어나면서, 석화 업계가 찾은 스페셜티 제품인 CNT마저 중국이 진출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CNT 관련해 업계에선 투자나 증설 논의 일체가 모두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