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CXMT 생산능력 전망치 하향조정
장비사 AMAT “1분기 中 매출 25%↓”
中 선단공정 전환 발목, K-반도체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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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미국의 수출규제 대상이 된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2026년 생산능력 전망치를 기존 월 40만장에서 32.5만~35만장으로 하향 조정했다. [챗GPT로 제작]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미국 정부가 연초부터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 최대 메모리 기업 창신메모리(CXMT)의 생산능력(Capa) 확장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제시됐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관세 부과 및 보조금 재협상 기조에 더해 CXMT의 물량 공세에도 시달리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로선 그나마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CXMT의 2026년 생산능력 전망치를 기존 월 40만장에서 32.5만~35만장으로 하향 조정했다. 비트 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도 60~70%에서 35~40%로 낮췄다.
이를 두고 반도체 업계에서는 올 1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 강화로 CXMT가 점차 장비 반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미 CXMT는 미국의 수출 규제 강화를 앞두고 미리 장비를 대량으로 사들여 올해 생산 계획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올해 이후 생산능력 확장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부터 규제 대상이 되는 D램 셀의 면적을 0.001946μ㎡(제곱마이크로미터) 이하에서 0.0026μ㎡ 이하로, 밀도(집적도)는 0.288Gb(기가비트)/㎟ 이상에서 0.20Gb/㎟ 이상으로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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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 역시 지난달 ‘중국군 지원’을 이유로 CXMT 등 11개 중국 기업을 수출통제 명단에 올리며 통제 수위를 끌어올렸다.
미국 정부의 이같은 수출 규제의 효과는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대만 과기신보는 이달 중순부터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의 엔지니어들이 CXMT 공장에서 철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대중 수출 규제의 위력은 글로벌 장비 기업들의 중국 매출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지난 14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중국 매출이 전년 1분기 기록한 29억9700만달러(약 4조3300억원)보다 1조원 가량 줄어 22억4300만달러(약 3조2400억원)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중국 매출 비중은 1년 사이 45%에서 31%로 급감했다.
이어진 콘퍼런스 콜에서도 “수출 규제 상향으로 2분기 중국 매출 비중은 5% 포인트 감소해 30%를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년 설립된 CXMT는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와 베이징에 공장을 두고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보다 기술 난이도가 낮은 범용 메모리 제품을 자국 시장에 싸게 쏟아내며 몸집을 불려왔다.
내수 시장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CXMT의 성장은 순식간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기반으로 공격적 증설과 생산활동에 나서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범용 메모리 가격을 끌어 내렸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CXMT의 2023년 말 D램 생산능력은 월 9만장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17만장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27만~30만장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업계 3위 마이크론(올해 33만장 예상)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CXMT는 그동안 구형 D램인 더블데이터레이트4(DDR4)와 저전력 D램인 LPDDR4을 주력으로 생산해왔다. 특히 DDR4를 시중 가격보다 최대 50% 싸게 팔며 가격 하락을 주도했다. 최근에는 이보다 한 세대 진화한 DDR5 양산에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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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생산하는 저전력 D램 LPDDR4X. [CXMT 홈페이지] |
CXMT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격차를 벌리기 위해 한 목소리로 ‘고성능, 고사양 제품 중심의 생산’을 선언했다. 구형 제품 비중을 줄이고 선단 공정 생산능력 확대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지난해 30% 초반 수준이었던 DDR4, LPDDR4 매출 비중을 올해 한 자릿수 수준까지 가파르게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신 1b(5세대 10나노급 D램) 전환에 속도를 올려 서버향 DDR5와 PC·모바일향 LPDDR5X 공급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 역시 DDR4와 LPDDR4 등 구형 제품의 매출 비중을 작년의 20% 수준에서 올해 한 자릿 수로 줄이고, HBM를 포함한 다양한 AI 메모리 제품 개발에 주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에선 CXMT가 빠르게 몸집을 불렸지만 국내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선단공정으로의 전환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3일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주요 공급업체들이 적용하는 선단 공정에 비해 후발 업체들이 적용하는 기술은 상당한 차이가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DDR5 제품의 품질과 성능은 확실한 차이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CXMT에 대한 이번 생산능력 전망치 하향 조정에 대해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우려가 일부 축소되고 업황 반등을 앞당길 수 있는 요인”이라며 “CXMT는 2025년 이후 캐파 확대 및 추가 테크 노드 전환이 지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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