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발인식에서 배우 김새론의 영정과 위패가 운구차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

재능있는 배우였던 고(故) 김새론이 마지막 길을 떠났다. 불과 스물 다섯. 너무 빨리 찾아온 이별이었다.

김새론의 발인이 19일 오전 6시20분께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엄수됐다. 유족의 뜻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된 발인식에는 생전 고인과 각별했던 배우 김보라, 그룹 악동뮤지션 멤버 이수현 등이 찾아 먼 길을 떠나는 그를 배웅했다.

김새론은 비범한 재능으로 주목받은 배우였다. 2001년 세상과 만난 한 살 때 잡지 ‘앙팡’의 표지 모델로 데뷔해 2009년 영화 ‘여행자’를 통해 배우로 첫 발을 디뎠다.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창동 감독의 제작한 한불 합작영화였다. 그는 이 작품으로 제19회 부일영화상 신인여자연기상을 받았다.

대중적으로 각인된 것은 이듬해 628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아저씨’를 통해서다. 배우 원빈과 함께한 이 영화로 그는 제8회 대한민국영화대상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2014년에는 영화 ‘도희야’로 청룡영화상에서 역대 최연소 신인여우상 트로피를 가져갔다. 김새론은 ‘여행자’와 ‘도희야’로 성인이 되기도 전에 두 번이나 칸에 입성한 이례적인 커리어를 가지게 됐다.

배우로서 자신의 길을 착실히 걸어왔던 그는 2022년 5월 음주운전 사고로 시련을 겪었다. 당시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에서 고인의 촬영분은 대거 편집됐고, 출연 예정이던 SBS 드라마 ‘트롤리’ 측도 하차 결정을 내렸다. KBS에서는 방송출연 정지 처분도 받았다.

김새론의 복귀는 쉽지 않았다. 그는 일거수일투족이 가십성 기사로 오르내리며 사람들의 돌팔매질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다. 사고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새론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사람들은 해당 카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욕설을 남겼다. 지난해에는 연극 ‘동치미’로 2년 만에 활동을 재개하려 했으나 결국 비난 여론에 하차했다.

김새론의 안타까운 죽음은 ‘인격살인’에 가까웠던 생전 고인을 향한 과도한 비난, 관음증적 시선, 언론의 자극적 보도 행태에 대한 비판으로도 향하고 있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잘못을 했다고 해서 재기의 기회도 없이 사람을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는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디시인사이드 ‘여자 연예인 갤러리’는 “김새론이 감당해야 했던 비난과 여론의 외면은 인간적인 한계를 넘는 것이었다”며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모든 사람을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성명을 냈다.

개그맨 출신 권영찬 한국연예인자살예방협회 소장은 지난 17일 빈소를 찾아 “김새론의 부친과 사생활을 보도한 유튜버 영상이 고인에게 심적 부담이 됐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향후 고발과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다양한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새론은 지난 16일 오후 5시께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변사사건으로 처리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 사흘간 그의 빈소엔 ‘아저씨’에 함께 출연했던 원빈은 물론 배우 한소희, 악뮤 멤버 이찬혁이 찾아 조문했고, 온라인에서도 동료들의 추모글이 이어졌다.

영화 ‘동네사람들’에서 김새론과 호흡을 맞춘 배우 김민체는 ”영화에서 딸로 만나 너무 행복했던 시간“이라며 ”그곳에서 편히 쉬기를“이라고 SNS에 적었다. 걸그룹 헬로비너스 출신 배우 유아라도 역시 SNS에 “언니가 따뜻한 말은 못 해주고 잔소리만 해서 미안하다. 반짝반짝 빛나던 널 기억하고 기도할게”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남겼다. 고승희 기자